택시기사·주부도 "내 일처럼" 자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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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5일 인삼재배 시설 20여 곳이 붕괴되고 축사.양계장 등 10여 곳이 무너진 전북 정읍시 감곡면 통석리의 한 농가. 쓰러진 축사 지붕 위에서 조심스럽게 눈을 밀어내던 한상호(43.전주시 우아동)씨는 "눈이 얼마나 많은지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고 말했다.

택시기사인 한씨는 '나눔과 기쁨'의 회원 6명과 함께 23일부터 이 마을을 찾아와 농민 피해복구 작업을 돕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높은 지붕 위에 올라가 허리만큼 쌓인 눈을 삽으로 걷어내고 무너진 축사 건물을 헤치고 가축.사료 등을 꺼내기도 한다.

또 쳐다보기만 해도 아찔한 3층 높이의 축사 지붕에 지게차를 타고 올라가 무너진 천장 골조 해체작업도 하고 있다. 손으로 하기 힘든 비닐하우스의 철근 분리 작업을 위해 산소용접기.가스까지 직접 챙겨왔다.

이들은 '나눔과 기쁨'의 전주시 우아동 회원들. 전체 20여 명 가운데 가정주부가 10여 명이며, 나머지는 택시기사.공사판 노동자.장애인.무직자.자영업자 등으로 대부분 하루살이가 버거운 사람들이다.

그러나 2년 전부터 매월 둘째.넷째 화요일 양로원 등을 다니며 치매노인을 위한 목욕, 이발, 반찬 만들기 등 봉사활동을 펼쳐 왔다.

이번 복구활동에 차량봉사 서비스를 맡은 장애인 최진환(43)씨는 "잇따른 폭설로 의욕을 잃은 농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주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읍=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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