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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발전교육원은 발전소 수용 대가 대전으로 이전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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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충남 태안군에 비상이 걸렸다. 한 해 발전회사 직원 4만2000여 명이 교육을 받는 연수원이 다른 데로 옮겨갈 판이어서다. 이에 태안군의회가 국회와 정부를 찾아가 이전을 막아달라고 요청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전 논란의 대상은 한국발전교육원이다. 1997년 한국서부발전 등 5개 발전회사가 500억원을 들여 태안화력발전소 인근에 세운 연수시설이다. 화력발전소 오염물질 배출에 따른 보상 차원에서 태안군에 지은 것이다.

 그러던 시설을 대전으로 옮기는 게 추진됐다. 전국 각지에 있는 발전회사 직원들이 태안까지 오기가 불편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발전회사 내부에서 이런 의견이 나왔고, 결국 발전회사들은 대전시로 교육원을 옮기는 업무협약을 2010년 대전시와 체결했다.

 하지만 바로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다. 교육원이 옮겨갈 대전시 서구 구봉지구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었다. 그런 상태로 시간이 흘렀고, 교육원 이전 문제는 태안군 주민들에게 잊혀졌다. 그러다 올 2월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가 구봉지구 그린벨트 해제를 결정했다. 이어 대전시가 지난달 말 토지보상과 공사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태안군이 반발하고 나섰다. 군의회는 지난달 27~28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을 찾아 강경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박남규 태안군의회 의장은 “오염물질을 뿜는 화력발전소를 수용하는 대가로 지어준 시설인데, 발전소는 두고 교육원만 옮기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아예 발전소까지 함께 가져가라”는 항의도 나온다.

 태안에서는 최근 화력발전소 2기가 증설된 상황이어서 반발이 한층 거세다. 김정호 태안부군수는 “그동안 환경오염과 이에 따른 건강악화 등 피해가 심한데도 주민들이 참아왔다”며 “국가 차원에서 입지 문제를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는 “몇 년간 준비했는데 태안군의 반발이 거세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이전 추진 시설인 한국발전교육원 관계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태안 주민들을 설득해 이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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