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마디] “읽는다는 것은 제거이며 그것은 자신을 제거함으로써 자신을 성취하는 작동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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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모리스 블랑쇼는 “읽는다는 것은 제거이며 그것은 자신을 제거함으로써 자신을 성취하는 작동인 것”이라고 말한다. 책은 반드시 내부에 움직이는 내밀성을 갖는데, ‘읽는다’는 행위는 그것에 반응하고 소통하며 관계 맺기를 하는 것이다. 자아는 책 앞에서 진동하고 소환당하며 요동치며 무너진다. 나타나며 사라지는 책의 본질과 끊임 없이 소통을 시도하며 그것의 매개자가 되기 위해 교환 작용을 한다. 나타나며 사라지는 것은 책만이 아니다. 자아 역시 책을 읽는 동안 책 앞에서, 혹은 책과 더불어 나타나며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나’라고 믿는 그것, 자아는 어쩌면 실재가 아니라 관념의 그림자일지도 모른다.

-시인 장석주(61)씨의 비평집 『시적 순간』(시인동네)의 한 대목이다. 자신의 독서 이력, 시적 순간은 과연 어떤 것인지 등을 설명한 책의 서문에서 독서라는 행위의 의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특히 뒷부분이 끌린다. 책을 읽는 행위 주체, 자아가 책 읽는 동안 자신이 자신임을 의식하지 못하는 몰입의 상태에 이른다는 것. 그런 망각의 경험이 책 읽기의 매혹이라는 것.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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