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억 달러 … 우울한 사상 최대 무역흑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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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내수와 수출에 빨간 등이 켜졌다. 저물가에 따른 내수 침체 때문에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서 생기는 ‘불황형 흑자’가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벌써 3개월째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109.48)는 전년 동기보다 0.4% 올랐다. 지난해 12월 이후 다섯 달 연속 0%대 상승률이다. 연초 담뱃값 인상 효과(0.58%)를 고려하면 2월(0.5%)부터 석 달 연속 물가가 떨어진 셈이다.

 가장 큰 원인은 유가 하락이다. 석유류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9% 내렸다. 농·축·수산물 값도 0.5% 떨어졌다. 무역수지는 84억9000만 달러 흑자로 2월부터 매달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기업이 내수 부진에 허덕이며 설비투자를 하지 않아 원자재 수입이 많이 줄어든 탓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수출(462억2000만 달러)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 수입(377억3000만 달러)은 17.8% 줄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생산·소비·수출을 비롯한 모든 경제지표가 악화된 총체적 난국”이라며 “한국은행의 선제적인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결합해야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태경·박유미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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