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중국] 식탁에도 사스 불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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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앞으로 중국을 여행하는 외국인들은 풍성한 중국요리를 구경하기 어려울 것 같다.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충격으로 공공위생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한 가운데 중국 음식점협회가 식사방식을 송두리째 바꾸라는 주문을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사실상 준정부기관인 협회가 마련한 새 식사방식의 핵심은 음식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지 말라는 것. 큰 접시에 담겨 식탁 위에 오른 음식을 자기 숟가락이나 젓가락으로 덜어 먹는 전통 방식의 '합찬(合餐)'을 없애고, 음식을 개개인의 접시에 담아 올리는 '분찬(分餐)'으로 바꾸라는 요구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전체 모양 자체가 즐거움을 주던 중국요리가 식사하는 사람 수에 따라 분할돼 식탁에 오르는 것이다. 자기 음식에만 손을 대는 양식에 가까워지는 셈이다.

협회가 마련한 방안은 중국 전역 3백여만개에 달하는 중국 식당에 서비스 지침으로 시달되며 이 가운데 일정한 규모(영업장 면적 1백평) 이상의 음식점들은 의무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참석자가 많거나 회의를 겸해 식사할 경우엔 아예 전통 중국식이 실종된 '뷔페식'으로 바꿀 것을 협회는 주문했다. 요리 전체를 나누지 않고 식탁에 올릴 수밖에 없는 경우엔 반드시 음식을 뜨는 공용(公用) 젓가락과 숟가락을 함께 올리도록 협회는 권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합찬'을 하면 질병 감염률이 42%나 되지만 '분찬'을 하면 17%로 떨어진다는 점을 들어 이 방식을 널리 홍보할 계획이다. 사스가 바꿔 놓은 중국인의 여러 습관 중에 가장 커다란 변화가 식탁에서 일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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