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정치인의 100억넘는 재산이 정치부조리가 아니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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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84년도 어느새 그 반이 지나갔다.
갈수록 세월은 가속되는 기분이다.
계획이고 반성이고 변변히 따질 겨를조차 없다.
그나마의 총기와 의욕마저 해가 다르게 떨어져 가니 평범한 일상으로도 공연히 바쁠수밖에.
중년의 나이 탓에 그 또래의 회의가 없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생활을 알뜰하게 사랑한다.
세상사 모든 것, 될수록 긍정적으로 보고 느끼는게 가장 속편한 삶이라 믿고 산다.
그런데, 보지 않고 듬짐 말았으면 싶은 사건들이 터질 때엔 힘없는 백성은 그대로 맥이 빠진다.
그런대로 잊혀지는가 싶으면 또 다른 것이 터지고 만다.
놀라고 흥분하는 것도 한두번이지, 이래서야 무슨 보람에 성실하게 살겠는가.
남편의 월급봉투에 기대와 실망을 거듭하며 몇십년이고 살아가는 조신한 아내들, 맞벌이로 심신이 후줄근해지는 숱한 아내들에게 요즈음 세상엔 납득되지 않는 일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며칠전에 터진 어느 목사의 외화 밀반출 시도사건도 그렇다.
무슨말못할 사연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부부가 뭇사람들의 존경과 신망을 그림듯이 저버려야 할 명분은 어디에도 없었을것 같다.
중장출신의 거물급이 정치무대에 나서기 전에 모았다는 백몇십억원의 재산 그런 내용을 투서한 혐의의 대장출신의 60억재산 등등은 또 어떻게 설명될 것인지 정치부조리가 아니었다면 무엇의 부조리였다는 것인지 보통으로는 알 길없는 논리가 비약하는 이 마당에 검찰은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지.
이래 저래 속을만큼 속았다고 느끼는 많은 백성들이 그런 내용들을 얼마나 곱게 받아들일수 있을는지도 의심스럽다.
겉과 속이 똑같을수야 없겠지만, 그다른 정도에 얼마만큼의 한도는 있어야 공신력있는 사회가 될수 있다.
그런데, 이런 부류의 사건들이 드러내는 문제는 보다 심각한 곳에있는것 같다.
곪아터지지는 않았다해도 그린 환부는 훨씬 더 넓고 깊은게 아닌가하는 의구심, 어떤 경우에도 결코 비리를 저지르지 않을 양심이 과연 얼마나 될까하는 자조.
그래서, 그련 깃 못하는개 바보」라는 그룻된 용념율 기정사실화시키는것 감온 용로가 서글픈 것이다.
2천5백년전 그리스의 자연철학자「탈레스」의 교훈이 다시 한번 기억된다.
『이 세상에서 가장쉬운 일은 무엇입니까?』
『남을 비판하는 것이지요.』
『그럼 가장 어려운 일은 무엇입니까?』
『자기 자신을 아는 일입니다.』
『이 세상을 옳게 사는 길은 무엇일까요?』
『다른 사람이 그런짓 한다고 비난하는 바로 그 경위를 당신 스스로 행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참되게 사는 길이겠지요.』
이 철학자는 『떼돈을 벌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생각을 떠올리면서, 씁쓸한 반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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