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식씨 대출 요청때 정부 연락받고 왔다 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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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000년 6월 현대상선에 대한 산업은행의 4천억원 대출은 청와대의 적극적인 주도 아래 현대 측이 대출을 신청한 지 이틀 만에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산업은행 총재였던 이근영 전 금융감독위원장은 28일 서울지법에서 열린 구속적부심에서 "현대상선 김충식(金忠植)사장이 6월 5일 산업은행 총재실을 찾아와 '돈이 필요하다. 정부로부터 연락을 받고 (대출 요청을 하러)왔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는 당시 대출 및 대북 송금은 ▶6월 3일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산은에 현대에 대한 대출 요청 ▶5일 현대 측의 대출 신청 ▶7일 4천억원 출금 ▶9일 2억달러 환전 및 송금 등 남북 정상회담 일정(6월 13~15일)을 앞두고 급속도로 진행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李전위원장은 이기호 전 수석이 6월 3일 간담회 자리에서 현대상선에 대한 대출을 요청한 것에 대해 "청와대의 뜻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李전수석을 만난 직후 한광옥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화를 해 "협조해달라"는 내용의 부탁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그러나 "지시나 압력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李전위원장은 또 "돈의 대북 송금사실은 금감위원장이 되고 난 후 증권가에 나도는 소문을 듣고 처음 알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민형기 부장판사)는 이날 이근영 전 위원장이 제기한 구속적부심을 "구속영장 발부는 적법한 절차에 의해 이뤄졌다"며 기각했다.

강주안.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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