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뭔가 의도 있다"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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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해군 경비정과 어선이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잇따라 넘나들자 정부가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 지난해 6월 29일 발생한 서해 교전 같은 무력충돌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지난 26일 어선 6척이 집단 월선하고 27일에는 꽃게잡이 어선 등이 하루 동안 무려 세 차례나 NLL을 넘은 데 이어 28일에도 어선 2척이 NLL을 침범하자 긴장하고 있다. 군 당국이 단순 월경이 아니라고 보고 북한 측의 의도 분석에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정부는 28일 북측에 전화통지문을 보내 NLL 월선으로 불필요한 긴장이 조성되는 데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북측에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중심으로 통일.국방부와 국가정보원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해 북한의 NLL 도발에 대비한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일단 '무력 도발 불용(不容)'이란 원칙에서 북측의 군사 행동에 강력하게 응징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시나리오별 세부 대책을 가다듬고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한.미의 대북 정보망을 가동해 북한 해군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 당국은 서해상에서 남북 간 군사 충돌이 벌어질 경우 99년 6월과 지난해 두 차례의 교전보다 심각한 상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측의 도발 징후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발표 이후 거칠어지고 있는 북한의 대남 비난 공세와 맞물려 더욱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는 게 정부 당국의 설명이다.

지난 20일 평양 5차 남북경협추진위원회에서 "반북 대결 정책시 남측이 재난을 당할 것"이라고 위협했다가 해명성 언급으로 얼버무렸던 북한은 25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동원해 재차 비난을 퍼부었다. 또 28일 노동신문은 남측의 군사훈련을 거론해 "남조선 당국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국자는 "꽃게잡이철에 맞춘 북측의 NLL 도발이 연례적으로 이뤄지는 조짐"이라며 "남북 간 긴장 조성 행위가 벌어지면 대북 지원은 물론 남북관계와 북.미 대화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북한 당국이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종.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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