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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잉글랜드 첫 골 … 마침내 2% 채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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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박지성이 버밍엄 시티와의 칼링컵 8강전에서 고대하던 잉글랜드 데뷔골을 터뜨린 뒤 뛰어오르며 환호하고 있다. [버밍엄 AP=뉴시스]

드디어 골이 터졌다. 133일간의 기다림 끝에 나온 데뷔골이었다. 또다시 왼발이었다.

'신형 엔진' 박지성(24.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잉글랜드 진출 후 첫 골을 터뜨렸다. 박지성은 21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버밍엄 세인트앤드루스 경기장에서 벌어진 2005~2006 칼링컵 8강전 버밍엄 시티와의 원정경기에서 1-0으로 앞선 후반 5분 통렬한 왼발슛으로 골문을 열었다. 맨U는 3-1로 승리해 4강에 올랐다.

이날 유난히 몸놀림이 가벼웠던 박지성은 전반 36분 페널티지역 바깥에서 강한 오른발 슛을 날려 감각을 가다듬었다. 후반 1분 박지성과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를 거친 볼이 루이 사하의 선제골로 연결됐다.

4분 뒤, 웨스 브라운의 긴 패스를 미드필드 오른쪽에 있던 박지성이 백헤딩으로 사하에게 연결했다. 박지성은 곧바로 페널티지역으로 쇄도했고, 사하가 왼발로 패스한 볼이 박지성 앞으로 흘러왔다. 볼을 낚아챈 박지성이 달려드는 수비보다 한 박자 빠르게 왼발 슛을 날렸다. 볼은 골키퍼 마이크 타일러의 손끝을 피해 오른쪽 골그물로 빨려들었다. 맨U 원정 응원단이 있는 반대편 스탠드 쪽으로 달려간 박지성은 펄쩍 뛰며 회심의 어퍼컷 골 뒤풀이로 첫 골의 기쁨을 마음껏 표현했다. 맨U 선수들도 자신이 골을 넣은 것처럼 축하해 줬다.

박지성의 데뷔골은 8월 10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예선 데브레첸 VSC(헝가리)와의 홈경기 이후 25경기 만에 나왔다. 이후 박지성은 정규리그 17경기, 챔피언스리그 6경기, 칼링컵 1경기 등 24경기에서 도움 4개를 기록하긴 했지만 골이 터지지 않아 애를 태워왔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골을 뽑아낸 '왼발'이 진가를 발휘했다. 박지성은 2002년 월드컵 직전 프랑스전, 2002월드컵 포르투갈전, 올해 5월 챔피언스리그 4강전(AC 밀란) 등 큰 경기에서 모두 왼발로 골을 뽑아냈었다.

'맨체스터 이브닝뉴스' 인터넷판은 21일 경기 직후 매긴 선수 평가에서 "박지성이 경기 내내 활발한 플레이를 펼쳤다"며 팀 내에서 가장 높은 8점을 줬다. 이날 두 골을 뽑은 사하(7점)보다 높은 점수였다.

고대하던 첫 골을 넣은 박지성은 부담감을 털고 본격 골 사냥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제 프리미어리그 데뷔골이 남았다. 박지성은 26일 웨스트 브로미치와의 정규리그 18차전에서 2경기 연속골과 프리미어리그 첫 골을 노린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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