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돌보는 심정으로 가꿉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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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설 씨

"블로그(인터넷 상 1인 미디어)를 하면서 20년은 젊어진 것같아요."

중앙일보 조인스닷컴 블로그 인기도 1위에 오른 김종설(50)씨는 12일 "볼 것도 없는 아저씨 블로그에 사람들이 찾아오니 고마울 따름"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오는 19일로 문을 연지 만 1년이 된다는 그의 블로그(http://blog.joins.com/js3491)는 14일 오전 현재 28만여명이 넘는 방문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하루 평균 800여명의 네티즌이 그의 블로그를 방문한 셈이다.

김씨는 "방문자가 많은 날에는 5000여명이 넘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평범한 50대 가장이 만든 블로그에 그토록 많은 네티즌들이 찾아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그의 블로그에선 '중년 아저씨'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블로그에는 탤런트 심은하씨와 개그맨 정형돈씨를 비교 분석한 사진에서부터, '귀여운 여자가 되는 법'등 네티즌들이 궁금해 할 만한 컨텐츠가 가득했다.

재밋거리뿐 아니라, '자이툰 부대, 지난해 대통령 방문 직전 오발사고'등 정치.경제.사회 분야를 망라한 최근 주요 기사와 칼럼 등 읽을 거리도 많았다.

김씨는 "블로그 세상에 나이가 어디 있느냐"며 "중년 남성의 무거움과 딱딱함을 벗어던진 것이 인기의 비결인 것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신 뉴스를 포함 매일 50여개 정도의 게시물을 새롭게 올리는 등 '자식 돌보는 심정'으로 블로그를 가꾼다고 했다.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남긴 네티즌들에게 일일이 안부를 건네는 것은 물론이다.

'인기 블로거가 될 줄 알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저씨가 무슨…."이라며 손사레를 쳤다.

"주변 사람들과 성경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든 블로그에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자연스레 점점 커진 겁니다."

'성경관련 이야기' 폴더 하나로 시작한 그의 블로그에는 현재 만화.컴퓨터.사진 등 종류별로 분류된 폴더가 60여개나 있다.

그러나 중년의 나이에 인기 블로거가 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김씨 스스로도 "적지 않은 나이에 컴퓨터를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부터 망설임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컴퓨터에 익숙지 못한 그에게 글 하나 사진 하나 옮겨 오는 것도 쉽지 않았다.

모처럼 꾸며 놓은 자료들을 제대로 저장하지 못해 통째로 잃어버린 적도 한 두번이 아니었다.

'나이 먹은 사람이 무슨 블로그냐'는 주변의 시선도 부담스러웠다.

그는 그러나 "비록 가상공간이지만, 새로운 정보를 접하고, 젊은 세대와 공유하는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는 블로그의 매력에 반해버려 그만둘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블로그에서 친구로 등록된 네티즌만 100여명에 달한다는 그는 "젊은 사람들과 함께 생각하고 호흡한 덕인지, 자식들과의 대화도 늘었다"고 자랑했다.

김씨의 기행(?)을 반대하던 가족들도 이제는 가장 큰 지지자가 됐다.

"처음엔 집사람(45)이나 아이들까지 제가 블로그를 운영하는걸 탐탁지않게 여기더라구요. 요즘은 '아빠 블로그엔 웬 방문자가 그리 많으냐?'며 비결을 물어온답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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