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대학·노인대학 등 ˝대학˝이 너무 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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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대학시대(?)로 접어들었다.
주부대학, 노인대학, 심지어는 어느 신문사 주최의 어머니 교양대학에, ○○대학교소속의 어머니대학도 개설되어 있다고하니 마치 대학전국시대를 맞고 있는 느낌이다.
현재 교육법은 「대학」교육의 목적은 학술의 심오한 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교수·연구하여 지도적 인적을 도야하는데에 있다고 하고, 대학의 종별로는 단과대학인 「대학」과 종합대학교인 「대학교」를 둔다.
그밖에 교육법상 대학의 이름이 붙어 있는 교육기관으로는 전문대학과 방송통신대학 및 개방대학등이 있다. 또 교육법 시행령을 보면 각 대학의 입학자격, 편제와 교과과정, 이수해야할 학점등을 규정해 놓고 있는데, 「대학」이라는 명칭을 불일수있는 고등교육기관은 이렇게 교육법및 동 시행령에 의거한 것이어야함은 당연하다.
한편, 법률이 「대학」을 어떻게 규정짓고 있느냐를 떠나서 대학교육을 받기위해 들여야하는 비용 때문에 한때는 대학이 우골탑으로 상징되기도 했었지만 요즈음의 등록금, 책값, 실습비, 하숙비등을 어림잡아 보면 그 용어 역시 구시대적인 것이어서 우골로는 어림도 없을만큼 엄청난 비용이 드는 교육과정임을 누구든지 모르는바 아니다.
이러한 일반인들의 통상적인 정규대학에 대한 고정관졈에도 불구하고 무슨 까닭으로 오늘 이 사회의 이런 저런 강좌의 집합에다가 「대학」의명징을 자연스럽게 붙일수 있는 것일까?
「대학」-그 곳은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이 동경하는 학문의 전당이다.
실력이 못미쳐서 입학자격을 얻지못한 이들의 아품도아품이려니와그보다도 돈이 없어서 대학진학을 포기해야하는 이들의 편에서 보면 「대학」은 정녕 한어린 곳이기도 하다.
더우기 1등만하는 딸은 중간 성적도 못가는 남동생의 진학을 위해 상급 학교의 입학조차 단념하도록 강요되어온 과거 우리 사회의 경제 사정은 여성에게 더 큰 「배우지 못한 한」을 안겨주었고, 그래서 교육을 받고자 하는 여성들의 간절한 열망은 어머니대학 혹은 주부대학이라는 명칭이 붙은 곳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여 요즈음 곳곳에서 마련되는 각양각색의 강좌가 많은 수강생으로 차고 넘치는 까닭이 대학교육을 받을수 없었던 「한풀이」때문이라고 볼수만은 없다. 오히려 「사람은 평생 배워야한다」는 평생교육의식이 지금 우리 사회에 힘찬 물결을 일으키고 있는 때문이 아닐까.
물론 이러한 대학들이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과는 전혀 그 교육과정을 달리하고 대학의 학위증과는 다른 수료증을 준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대학이라는 명칭을 붙이는 것 만이 보다 많은 수강생, 특히 여성 수강생을 모집할수 있고 그 결과 유익한 강좌로 우리의 교양과 지식을 윤택하게 할수 있다면 어떤 모임에든 「대학」두글자를 붙이는일에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는 없겠다.
그러나 가뜩이나 자기의 실력이나 재능, 경제적 여건등을 염두에 두지않고 오로지 대학을 나와야 행복하고 성공된 삶을 갖는다고 생각하는 우리들의 그릇된 인식은 입시를 위한 변칙 과외를 낳게 하고, 적성에 맞지 않는 과를 선택한 탓에서 오는 대학생활의 중도 탈락자를 생기게 하며, 과다한 교육비용 지출로인한 다른 가족의 희생등 많은 역작용을 가져 온다. 도처에 붙여지는「대학」간판이 우리들의 이러한 풍조를 순화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이에 일조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같은 염려도 없지 않아서 「대학」이라는 꼬리표를 다는 일에 자제를 구하고 싶어진다.
어디 명칭 문제 뿐이겠는가. 지금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평생교육에의 열망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누가어떠한 교육과정을 어떻게 지도해야할것인가에 대한 보다 신중한 검토가기대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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