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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고향 사케, 미셸의 샐러드 … 오바마 '하이쿠' 읊으며 "간파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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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일 화합 만찬 테이블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만찬 테이블은 미·일 퓨전으로 꾸며졌다. 샐러드는 미셸이 백악관에서 키운 채소를 투명 필름과 미즈히키(일본 선물 포장에 쓰는 실 끈)로 장식했다. 두부·두유로 만든 치즈 케이크와 과일 샐러드. 금테와 청록색 선, 흰색 문양이 차례로 새겨진 식기 세트 ‘카일루아 블루’는 오바마 대통령이 태어나 자란 하와이의 바다를 뜻한다. [AP=뉴시스]

‘닷사이(獺祭)’ ‘하이쿠(俳句·일본 고유의 단시)’ ‘오바마 그릇 1호’ ‘미셸 재배 야채’.

 미국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환대하기 위해 준비한 리스트들이다.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만찬장. 고급 사케(일본술) ‘닷사이’가 따라진 일본식 초코(猪口·사케 전용잔)를 쳐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 둘의 우정과 두 나라 최고의 동맹을 위하여”라며 건배사를 제창했다. 닷사이는 아베의 고향 야마구치(山口)현의 사케로 720ml 한 병에 3만2400엔(약 30만원). 닷사이 중에도 최고급인 ‘준마이 다이긴조(정미율 50% 이하)’를 구하기 위해 주일 미국대사관이 직접 주조장을 찾아 구입했다. 야마구치 출신인 아베를 배려한 대목이다.

 이어 오바마는 자리에 앉지 않고 돌연 ‘하이쿠’를 읊었다. 하이쿠는 5-7-5의 음절로 이루어진 한 줄짜리 정형시. 다만 미국에선 ‘Haiku’로 보급되면서 3행 17음절 이내로 표기된다.

 ‘Spring, green, and friendship/United States and Japan/Nagoyaka ni(춘록 미·일의 유대 화합으로)’. 오바마는 마지막 행을 일본어로 읊은 뒤 만찬 참석자들에게 영어로 해석해줬다. 하이쿠를 읊은 오바마에게 아베는 “멋진 Haiku다. 난 최근 두 밤을 내리 29일(미 의회 영어연설)에 대비해 진지하게 연습하고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내 처가 ‘이제 듣는 것도 지겹다’고 하길래 어젯밤은 다른 방에서 잤다”며 폭소를 이끌어냈다.

 “우리 손님인 아베 총리 부부, 그리고 미·일 동맹을 위해”라고 건배를 제의한 오바마 대통령은 건배의 일본말인 “간파이”를 선창했다. 아베 총리는 이에 “미·일 동맹과 같은 관계는 다른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 것이다. 미국과 버락(오바마)이 도전에 직면할 때면 항상 일본이 함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만찬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이 직접 디자인에 참여한 식기 세트 ‘카일루아 블루(Kailua Blue)’가 처음 공개됐다. 오바마가 태어나 자란 하와이의 카일루아에서 영감을 얻은 이 ‘오바마 그릇 세트’를 제작하는 데만 약 4억원이 들어갔다. 이날이 첫 개시였다. 전채로 나온 샐러드는 투명 필름과 일본 전통 선물을 묶을 때 사용하는 매듭(미즈히키)으로 묶은 채 나와 마치 선물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샐러드에 들어간 채소는 백악관 내 텃밭에서 미셸이 직접 재배한 것이었다. 이는 지난달 미셸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아베의 부인 아키에 여사가 자신이 경영하는 이자카야 ‘우즈(UZU)’에 데려가 유기농 채소로 만든 음식을 대접한 것에 대한 보답이었다.

 그리고 디저트는 아베 총리의 이름에 빗대 ‘아베카와 떡(시즈오카현 찹쌀떡)’을 얹은 케이크를 내놓았다.

 지지(時事)통신은 29일 “미국은 공동기자회견도 안 했던 2년 전 아베의 방미(취임 직후인 2013년 2월)때와 180도 다르게 극진한 환대를 베풀었다”며 “동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는 등 중국의 위협이 커지고 일본의 필요성이 대두한 게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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