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어라, 금융 칸막이 … 복합점포 속속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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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은행과 증권사간 칸막이가 본격적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한 공간에서 은행과 증권 관련 통합 상담 및 업무처리가 가능한 복합점포의 문이 속속 열리고 있어서다.

 KB금융그룹은 2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에 복합점포 1호점인 청담PB센터를 개설하고 업무를 시작했다. KB국민은행과 KB투자증권이 공간을 공유하면서 고객에게 은행과 증권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한다. 28일에는 우리은행과 삼성증권이 함께 설립한 금융복합센터가 우리은행 본점영업부와 광양포스코금융센터, 삼성증권 삼성타운지점에서 문을 열었다. 금융그룹 산하 계열사끼리가 아닌 비계열사끼리의 복합점포 설립은 이번이 최초다. 두 회사는 직원 5명씩을 교환 배치해 고객에게 은행·증권 업무와 관련된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한다. 우리은행·삼성증권에서만 판매하는 단독 상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앞서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1월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빌딩에 ‘NH농협금융플러스 센터’를 설립하면서 복합점포 설립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 점포에는 NH농협은행 직원 8명과 NH투자증권 직원 55명이 상주하면서 은행과 증권 관련 투자 상담과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연내에 서울 여의도와 강남 지역, 부산 등에 복합점포를 속속 개설할 계획이다.

 신한금융그룹은 경기 성남시의 신한은행 판교테크노밸리금융센터에 ‘신한 창조금융플라자’를 개설했다. 신한은행 기업금융 지점에 신한금융투자의 투자금융전문가를 배치한 형태다. 일종의 기업금융 전문 복합점포인 셈이다. 이 곳에서는 예금·대출 등 전통적 은행 기업금융업무 뿐 아니라 인수합병(M&A)이나 유상증자 등 증권사 관련 업무도 볼 수 있다.

 복합점포는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정부의 규제 완화 결과물이다. 그 전까지는 은행·증권·보험 등 업태가 다르면 같은 금융그룹 산하의 회사들이라 하더라도 한 공간에서 공동 상담을 할 수 없었고 고객 정보도 공유하지 못했다. 두 업태가 동시에 입점해 있는 점포라도 벽이나 칸막이로 공간을 구분해야 했고, 고객도 은행과 증권 서비스를 각각 은행 직원과 증권사 직원에게 별도로 받아야 해 불편했다. 정부는 현재 복합점포에 보험사도 추가 입점시키는 문제를 놓고 논의를 진행중이다.

 최교풍 KB금융 마케팅기획부 팀장은 “복합점포는 고객 수요와 영업 환경 등에 따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앞으로 복합점포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며 점포의 형태를 다양화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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