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문제 허락하는 대로 평양 방문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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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79) 전 대통령이 "6자회담 상설화 등을 논의하기 위해 건강문제가 허락하는 대로 평양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15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월간중앙'과 한 단독인터뷰에서 "북한 쪽에서 와 달라는 연락이 수차례 왔고 노무현 대통령도 북한을 다녀와 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했다"며 "방북을 위한 남북한 양측 정부의 입장이 다 정리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체적인 방북 시기를 잡는 데는 건강이 변수"라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많이 좋아졌다. 신장 투석치료를 하고 있지만 다른 데는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의) 방북은 (대통령)특사자격이 아닌 민족의 장래를 생각하는 사람끼리 앞날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며 "평양에선 ▶6자회담 상설화 제안▶미국에 대한 대응▶일본 문제 해결▶국제사회 비판에 대한 대응▶21세기 한민족의 위상과 목표를 정하기 위한 평화적 협력방안과 평화적 통일방안 등 다섯 가지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가안전보장회의 이종석 사무차장은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은 노 대통령이 지난 8일 방북 요청을 했을 때 이미 다 정부 입장으로 정리됐고,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노벨평화상 5주년 기념연설에서 밝힌 통일 제1단계 '남북연합-낮은 단계의 연방제' 주장과 관련, "남북이 남북연합기구(사무소)를 만들어 정책적.일상적인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의기구는 아니지만 만장일치로 합의하는 모든 것을 맡아 실천하는 주체로서의 성격을 지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의 잇따른 대북 강경발언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은 "미국이 말은 강경하게 해도 네오콘들 얘기대로 군사작전으로 옮길 힘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미국과 협력하는 것은 분명히 평화를 위한 것으로 전쟁을 전제할 경우 모든 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참여정부에서의 한.미동맹에 대해 "과도적으로 북.미관계가 껄끄럽긴 하지만 한.미 간 협조는 잘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사 진상규명 문제와 관련해 김 전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는 진실을 과장없이 밝히는 것이 초점"이라며 "그러나 과거사 규명이 과장되면 언젠가 다시 뒤집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맥아더 동상 철거 주장 등에 대해 "참 철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면 6.25 때 공산화됐어야 한다는 말인가"라며 "인간 맥아더를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인천 상륙작전을 통해 공산화 막아준 것을 평가하자는 건데 그게 왜 나쁜가"라고 반문했다.

김 전 대통령은 한류를 불러온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 "거저 생긴 것이 아니라 우리의 지적 전통, 교육의 힘, 민주화 역량 등이 합쳐져 만들어 낸 것"이라며 "우리 대중문화의 한류를 세계 각국이 계속 받아들이게 하려면 우리도 남의 문화를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의 일 가운데 가장 아쉬운 대목으로 "빈부격차 문제를 풀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보화시대는 빈부격차를 오히려 키우는 속성을 지니고 있어 양극화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소외된 층에 희망을 주는 정책으로 매듭을 풀어가야 한다"고 했다.

김홍균 월간중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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