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세 헤메는 진도개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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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천연기념물53호인 「진도개」값이 사상초유의 바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봄철까지 성견 1쌍에 80만∼1백만원, 강아지1쌍에 10만∼20만원에 거래되던 것이 현재는 성견1쌍에 25만원, 강아지는 1만∼2만원만주면 구할 수 있지만 그마저도 찾는 사람이 없다.
이같이 진도개 값이 큰폭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여름부터. 「브루셀라균 파동」으로 보신탕용 일반개값이 「개값」이 되면서 이 여파가 진도개에까지 미쳐 당시 불과 며칠사이에 폭락세를 보여 지금까지 그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별한 사료없이 밥찌꺼기만으로 병치레 없이 잘 자라는 대다 높은 가격을 유지해 진도군민들이 너나 할것없이 농가부업의 소득원으로 사육했던 진도개 값이 형편없게 되자 사육농가도 진도개 사육을 기피해 때아닌 「진도개 수난」 이 계속되고 있다.
애완용으로 인기가 높던 진도개뿐 아니라 호신용인 독일산 그레이트 댄, 셰퍼트등의 가격도 최고 15분의1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봄철 1마리에 1백50만원까지 홋가했던 그레이트 댄은 현재 10만원선을 겨우 유지하고 있으며 셰퍼드도 30만원 하던 것이 7만∼1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국 진도견 상설전시관 (서울 퇴계로 5가)의 김철씨 (27) 는 『진도개를 포함한 모든개에 대한 혐오감으로 가격이 하락세를 보인 것 같다』며 『보신탕 금지조치와 진도개의 가격폭락과는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 만약 개가 죽었을 경우 이를 보신탕용으로 팔더라도 개값의 일부를 건질 수 있었지만 보신탕의 판매금지로 개값 하락은 가속화됐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진도개 값의 폭락으로 진도군내 사육농가들은 울쌍이지만 군당국은 이를 오히려 진도개 전통보존의 좋은 기회로 보고있어 한편으론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진도견 보호육성관리사업소 허국씨 (56) 는 『진도개는 순종사이에서 태어난 것도 혈통이 좋지 못한 불량개가 섞여있을 수 있어 몇 대째 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며 『전에는 새끼를 낳기가 무섭게 외부로 반출돼 관찰 할 기회가 적었는데 이제는 육지 반출이 거의 없어 혈통보존의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현재 진도군에는 총1만4천5백95가구 중 30.4%인 4천4백33가구에서 6천4백43마리의 진도개가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돼 있다. 군은 이 가운데 4개 민간종견장을 지정, 1백50만원씩의 축사시설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종견장은 앞으로 진도개의 혈통보존을 위한 각종 실험과 사육과정을 별도로 점검할 계획을 짜놓고 있다.
진도개는 연2회씩 심사를 거쳐 백구와 황구를 제외한 흑구등을 불량견으로 규정, 도태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불량견이 4O%이상을 차지하고 진도견 보호육성법이 까다로와 도태명령은 사실상 사문화 돼왔다.
67년1월에 제정, 69년에 개정된 「한국진도견 보호육성법」 은15년이 지나도록 방치, 현실에 적합지 않은 부분이 많다.
▲진도개를 진도개보육협동조합에 등록, 신고치 않을 경우 ▲심사에서 합격된 진도개를 견적에 등재치 않을 경우에는 각각 5천만원 이하의 과료를 내게하고 ▲진도개의 소유자나 관리자가 견적기재사항에 변경이 생겼을 때 이를 신고치 않을 경우 ▲불합격 판정을 받은 개를 도태시키지 않을 경우 ▲보호구역에 진도개 이외의 개를 반입했을 경우등에 각각 1마리당 1만원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는 규정등은 이미 현실성을 잃었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또 1만마리의 진도개를 진도군이 확보했을 경우를 전제조건으로 86년까지 연간 3천마리 까지의 육지반출을 허가하는 규정을 무시한 채 그간 계속적인 육지반출을 해왔다는 점도 지적될 수 있다.
허씨는 『매년 수십건씩 외지로부터 진도개에 대한 문의전화와 편지가 있었지만 올 들어서는 단1건밖에 문의편지가 없었다』며 『진도개와 보신탕판금조치와의 함수관계가 인기를 떨어뜨린 것 같다』고 했다.
민간종견사업지원을 받게된 한종천씨 (38· 진도읍 포구리 1445의1) 는 5백여평의 종견장에서 12마리의 성견을 사육하고 있다. 한씨는 『천연기념물인 진도개의 혈통보존에 일익을 담당한다는 긍지로 키우고 있지만 사육비에도 못 미치는 강아지 값은 큰 문제』 라고 말했다.
진도군행정계 임준모씨는 『진도개사육장려를 하고있지만 사육가들로부터 가격인상대책이나 세우라는 핀잔을 받기가 일쑤』라며 『정부차원의 보호육성책이 아쉽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진도개에 대한 선호가 되살아날 경우 오는 9월개통 될 진도대교는 진도개의 육지반출을 수월하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 현재의 감시원 5명으로는 이를 감당키 어려운 실정에 있다.<진도=이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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