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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황순원·박목월 탄생 100돌, 6개월간 문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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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왼쪽부터 시인 서정주, 소설가 황순원, 시인 박목월. 1915년에 태어나 올해로 탄생 100주년이 되는 문인들이다. [사진 대산문화재단]

서정주·황순원·박목월. 1915년에 태어나 올해로 탄생 100주년이 되는 문인들이다. 이들을 기리는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가 다음 달 7일 학술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반년 간 펼쳐진다. 역시 1915년에 태어난 아동문학가 강소천, 여성 소설가 임옥인과 임순득, 극작가 함세덕, 문학평론가 곽종원도 대상이다.

 탄생 100주년 기념문학제는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과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이시영)가 함께 개최한다. 2001년 시작돼 올해로 15회째다. 금년은 특이할 정도로 대상 문인의 비중이 만만치 않다. 행사 기획위원장을 맡은 평론가 이숭원씨는 “왜 이런 문학적 천재들이 동시에 출현했는지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주명리학에 문외한이어서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문학제 내용이 그 답을 제시할 수 있을지 모른다. 문학제는 크게 대중적 행사와 전문적 행사로 나뉜다.

 6월 29일 서울 동숭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서정주 탄생 100주년 기념 시잔치’, 9∼11월 교보문고 광화문점과 양평 황순원문학촌에서 열리는 ‘황순원 문학 그림전’, 다음 달 8일 연희문학창작촌에서 열리는 문학의 밤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는 일반인을 위한 행사다.

 발제문이 공개된 다음 달 7일 심포지엄(‘격동기, 단절과 극복의 언어’)은 100주년 문인들의 문학 이해에 새로운 빛을 던져줄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대 국문과 강헌국 교수는 황순원의 단편소설을 분석한 발제문(‘주술적 초월과 회화적 서사의 세계’)에서 ‘소나기’와 같은 작품은 사건을 조리 있게 전달하기보다 인상 깊은 장면을 보여줘 이야기를 엮어 나간다고 분석했다. 수다스럽지 않게 징검다리 한가운데서 세수하는 소녀의 ‘팔과 목덜미가 마냥 희었다’는 한 문장으로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그런 장면을 ‘결절(結節·맺혀 이뤄진 마디)’로 표현했다. 이야기 진행을 돕는 장치가 아니라 전후 사건들을 그 장면, 결절의 자장(磁場) 안에 끌어들여 장면의 인상은 강화되지만 서사적 동력은 약해진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황순원 소설은 줄거리가 아니라 장면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경희대 고봉준 교수는 서정주의 친일 논란을 다룬 발제문에서, 일부에서 친일 증거로 삼는 서정주의 1942년 평론 ‘시의 이야기-주로 국민시가에 대하여’를 동양적 가치, 문학 보편성을 옹호한 글로 볼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숙명여대 김응교 교수는 박목월을 다룬 발제문에서 일제 치하 동시 발표가 불가능하면 쓰기는 쓰되 발표하지 않고 땅 속에 묻어두면 되지 않느냐고 지인에게 일갈했다는 일화를 소개한다.

 이숭원 기획위원장은 “올해 탄생 100주년인 문인들은 20대에 등단, 30세에 해방을 맞아 그 감격을 작품에 쏟다 한국전쟁을 겪은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자랑스러운 문학 자산이지만 극복 대상도 되는 분들”이라고 했다. 물어야 할 건 왜 같은 해에 태어났는지가 아니라 왜 꾸준히 읽혀 왔는지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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