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랑 슛~ 희망 골!' 동장군도 녹았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자선축구대회에 출전한 사랑팀과 희망팀 선수들이 산타클로스와 만화 캐릭터 복장으로 어린이들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캐릭터 복장을 한 이천수(오른쪽)와 박주영(왼쪽). [수원=뉴시스]

동장군의 심술도 사랑과 희망의 잔치를 방해하지는 못했다. 설원으로 변한 그라운드에서 '축구 산타'들은 유쾌한 웃음과 멋진 묘기를 선사했다.

홍명보 장학재단이 주최한 '2005 푸마 자선축구경기'가 1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올해 3회째를 맞은 대회에서 2002 한.일월드컵 멤버가 중심이 된 사랑팀이 2006 독일월드컵 대표가 주축이 된 희망팀을 6-5로 이겼다. 체감온도는 영하 20도를 밑돌았고, 오전까지 내린 눈이 그라운드를 하얗게 덮었다. 공이 잘 보이지 않자 주최 측은 부랴부랴 공에 빨간색 페인트를 칠해 전반 30분쯤 투입했다.

전반 2분 사랑팀 정조국(서울)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골잔치가 벌어졌다. 희망팀이 정경호와 김두현(성남)을 앞세워 맹반격에 나서 전반을 4-2로 리드했다. 후반은 '오스트리아 올해의 선수'에 뽑힌 사랑팀 서정원(SV 리트)의 독무대였다. 서정원은 후반 15분 오른쪽 사각에서 통렬한 슛을 꽂아넣었고, 4분 뒤에는 수비 세 명을 뚫고 골을 성공시켰다. 이 골은 '다음 베스트골'로 선정됐다. 현영민(울산)은 '그라운드의 코미디언'으로 나섰다. 허풍스러운 헛다리짚기 드리블과 과장된 몸짓으로 여러 차례 관중의 폭소를 유도했다.

이날 입장권은 5000장 넘게 예매됐지만 추위 때문에 경기장을 찾은 사람은 1897명이었다. 행사 수익금 2억원은 전액 소아암 어린이의 수술비와 소년소녀 가장 돕기에 쓰인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이 후원금 1억원을 전달했고, 국가대표 출신 모임인 열하나회에서도 후원금을 냈다.

희망팀 감독인 핌 베르베크 국가대표팀 수석코치는 "네덜란드에는 이런 자선경기가 없다. 매우 인상적인 경기였고 내년에도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천수 '피카츄' 변신

○…노장이 많은 사랑팀(2002 월드컵팀) 선수들은 산타클로스 복장으로, 젊은 선수가 많은 희망팀(2006 월드컵팀)은 곰돌이.텔레토비 등 귀여운 캐릭터 인형을 뒤집어쓰고 그라운드에 입장했다. 시축은 소아암에서 완치된 오선택(11)군이 했다. 오군은 지난해 이 대회 수익금으로 수술을 받아 완치됐다.

최성국 골 넣자 웨딩마치

○…전반 34분 사랑팀의 최성국이 골을 터뜨리자 장내에 결혼행진곡이 울려퍼졌고, 양팀 선수들은 최성국을 헹가래치며 축하했다. 최성국은 24일 곽선혜씨와 결혼식을 올린다.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오후 6시에 서울 매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이동국(포항) 선수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전반이 끝난 뒤 홍명보.김병지.이운재.김남일 선수는 경기장 4층 스카이박스에서 경기를 관람하던 소아암 어린이와 가족들을 찾았다. 이들은 사인 공을 전달하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어린이들을 격려했다. 가족들은 "아이들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한다. 앞으로 축구뿐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이런 행사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수원=정영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