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수 잠적 1주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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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교도소의 무기수가 귀휴를 받아 나간 뒤 잠적해 1주일째 행방이 묘연하다. 이 무기수는 귀휴 기간동안 펜팔 애인을 만나 결혼까지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 전주교도소의 무기수 홍승만(47)은 지난 17일 4박5일 일정으로 귀휴를 나왔다. 하지만 그는 21일 복귀시한(오후 4시)을 8시간30분 앞두고 잠적했다. 이날 오전 7시30분께 서울 송파구의 형 집에서 가족과 식사하고 집을 나간 뒤 종적을 감췄다.

교정당국과 경찰은 폐쇄회로TV(CCTV)와 탐문을 통해 홍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 지금까지 파악된 바에 다르면 홍은 21일 형 집을 나온 뒤 청량리역으로 이동, 강원도행 열차를 탔다. 이틀 뒤인 23일 오후에는 강원도 동해시에서 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부산터미널의 CCTV에는 홍씨가 버스에서 내려 터미널로 들어 오고 계단을 올라 온 뒤 다시 터미널을 빠져나가는 장면 등이 찍혀 있다. 검정색 모자를 쓰고 파란색 점퍼에 검정바지와 가방하나를 오른쪽에 맨 모습이었다.

홍은 귀휴 기간 동안 펜팔로 사귀던 여인을 만났다. 가족들에 따르면 그는 6~7년전부터 경기도 안양에 사는 한 여성과 편지를 주고 받으며 정을 쌓았다. 교도소 허가 아래 전화를 수시로 걸어 안부를 묻기도 했다.

상대 여성은 장애인이었다. 귀휴 중인 지난 20일에는 여성의 집을 찾아가“혼인신고를 하자”고 제의했지만,“무슨 말이냐.혼인신고를 하지 않겠다”며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귀휴 대상자로 선발될 만큼 모범수였던 홍이 잠적을 택한 것도 의문이다. 내년이면 20년 장기복역이라 감형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되는데 이를 1년을 앞둔 시점에서 도주했다.

일부에서는“홍이 펜팔 여성에게 혼인 얘기를 꺼냈다가 거절당한 것에 실망을 품고 잠적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모범수로서 열심히 생활하고 결혼을 하게 되면 감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이 깨져 절망을 느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전주교도소는 현상금 1000만원을 내걸고 홍을 공개수배했다. 홍씨는 키 170cm,몸무게 70kg이며 쌍꺼풀에 안경을 쓰고 있다. 홍은 1996년 내연녀를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운 혐의(강도살인죄)로 붙잡혔다.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지만 교도소내에서 모범적으로 생활해 19년만에 귀휴를 받았다.

귀휴는 형기의 3분의 1을 채운 수감자나 7년 이상 복역한 무기수 중 생활태도가 좋고 돌봐 줄 보호자가 확실한 경우 심사를 거쳐 선발된다. 귀휴는 일반적으로 교도소 직원이 동행한다. 하지만 홍은 형제들이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믿고 귀휴를 보냈는데 종적을 가족을 따돌리고 종적을 감췄다.

전주=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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