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0도 … 골퍼들 '그까이꺼 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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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눈밭에서도 골프를 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단 말이야?"

회사원 김모(45)씨는 주말인 10일 서울 근교의 K골프장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텅텅 빌 줄 알았는데 영하 10도의 엄동설한에도 자신과 같은 골프 매니어들이 줄을 지어 티업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삼성에버랜드가 운영하는 글렌로스 골프장의 경우 12월 들어서도 주말엔 부킹을 하기 어렵다. 수도권 A골프장의 경우에도 주말 오전 10시 이후 부킹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골프장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날씨가 추워 전체 내장객 수는 3분의 1정도 줄어들었지만 주말에는 여전히 골프를 즐기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골프장들도 엄동설한에 골프를 즐기는 내장객을 위해 갖가지 이벤트를 마련했다. 안양베네스트 골프장은 손난로를 무료로 빌려주고 있고, 남서울 골프장은 핫팩을 무제한 공급한다. 글렌로스 골프장은 장갑을 데워주고, 골프 카트에 보온 시트를 설치하는가 하면 숭늉까지 제공하고 있다. 스카이72 골프장은 겨울철을 맞아 그린피를 주중 10만9000~12만9000원, 주말엔 14만9000~15만9000원으로 내렸다. 클럽하우스 증.개축을 위해 20일부터 클럽하우스를 폐쇄하는 한일 골프장도 내년 3월 20일까지 그린피를 평일 10만 원, 주말 14만원으로 내릴 계획이다.

한파가 계속됨에 따라 테일러메이드.캘러웨이.던롭 등 주요 골프업체마다 "드라이버 헤드가 깨졌다"며 클럽 보수를 요청하는 건수도 두배 가까이 늘었다. 한 관계자는 "겨울철엔 공이 딱딱하게 얼기 때문에 클럽헤드가 깨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눈이 쌓인 페어웨이에서 식별이 용이한 오렌지색 볼은 업체마다 없어서 못팔 정도다. 예년에 비해 일찍 폭설이 내린 탓이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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