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05 문화계 - 출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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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올 유일하게 밀리언셀러 클럽에 이름을 올린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할 49가지'. 제목부터 명령형에 가깝다. '은사님 찾아뵙기''추억이 담긴 물건 간직하기''날마다 15분씩 책 읽기' 등을 모아놓은 이 책은 일상의 훈훈한 에피소드에 구체적 실천사항을 덧붙이며 2005년 서점가를 주도했다. 그만큼 우리의 삶이 불안했다는 방증일까?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지 마라'는 어떤가.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는 진리를 받아들이세요''자신의 장례식을 상상해 보세요' 등 유쾌한 삶을 꾸려가는 데 필요한 실전적 지침을 모았다.

2002년 나왔던 '설득의 심리학'이 3년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고수하는 배경에도 불안한 사회에 적응하려는 힘겨운 몸짓이 담겨 있다. 하루하루를 위태롭게 버텨가는 이 시대 개인들이 보다 적극적인 자아를 찾아나선 모양새다.

'긍정의 힘' '목적이 있는 삶' 등 종교 책들의 기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긴급구호 활동가 한비야씨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이 대단한 반향을 일으킨 것도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100% 발현하려는 저자의 열정 덕분이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이런 추세를 반영하는 올해 키워드로 '임파워먼트(Empowerment)'를 꼽았다. 자신의 역량을 밖으로 표출하는 것을 뜻한다.

활자와 영상이 활발하게 만난 것도 올해의 특징이다. 스테디셀러 '모모' '찰리와 초콜릿 공장'가 갑작스레 다시 뜬 데에는 드라마와 영화의 힘이 세게 작용했다. '해리 포터'시리즈도 신작 영화가 개봉되며 인기를 이어갔다. 과거 '적'으로 여겨졌던 활자와 영상의 '동거'는 향후 출판 시장의 큰 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종합 50위 안에 들어간 책 가운데 국내 저작의 비중이 5년 연속 줄어들어(2001년 27종→2005년 22종) 국내 필자의 발굴이 출판계의 숙제로 재각인됐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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