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렌보임·아르게리히와 세계를 누비는 「겔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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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67년 늦가을 남미 아르헨티나 출신의 피아니스트「겔바」가 2O대의 젊은 청년으로 유럽 전역에서 한창 이름을 떨치기 시작할 당시 나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시의 폴크스빌둥스하임 콘서트홀에서 그의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연주곡목은 「바하」 「베토벤」 「드뷔시」 「쇼팽」의 『B단조 소나타』 등이었는데, 곱슬머리의 미남인 그가 다리를 절룩이며 무대로 걸어나오는 것을 보고 놀랐었다.
과연 그러한 다리로 페달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아심도 가졌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완벽한 기교는 물론 정열적인 포르테와 환상적인 피아니시모, 그리고 다채로운 음색변화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데에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연주는 강렬함과 더불어 시정이 넘친다. 사실 일종의 기구인 왼쪽 페달을 사용하지 않고 손의 터치에 의하여 최소한의 피아니시모를 낸다면 더욱 아름답게 들린다.
다만 그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고 눈물에 얼룩진 노력과 경험, 그리고 예민한 감각이 없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다.
오늘날 지난번 내한했던 지휘자 「바렌보임」, 피아노의 「아르게리히」등과 함께 「제 2의 루빈스타인」으로 세계무대에서 사랑 받는 아르헨티나 출신 3대 음악가의 하나로 꼽히는「겔바」는 68년 일본에서의 성공적인 연주이래 그의 연주무대는 동서양으로 두루 넓어졌다. 일본에는 그간 6회나 초청연주회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 한국공연과 때를 같이하여 일본에서는 9회의 연속 연주회를 갖는다고 하니 그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이제 「레오나르도·겔바」가 4O대의 중진 피아니스트가 되어 6윌9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초청연주회를 갖기 위해 처음으로 내한한다.
내한 공연의 곡목인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 op13』 「베토벤」의 『영웅 변주곡』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등은 제목이 말해주 듯이 어려서부터 병마와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쌓아 올린 그의 예술이 갖고있는 깊은 내면성과 투명한 시정이 조화를 이룬 피아노음악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것으로 믿고 기대하는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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