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출신 개혁파, 영남서 출마할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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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친노(親盧.친 노무현 대통령)세력이 신당을 추진하면서 내세우는 명분은 지역주의 청산과 전국 정당화다.

호남이 주요 지지기반인 민주당은 아무리 바꾸고 개혁해도 지역정당을 탈피하지 못할 것이므로 '탈(脫)호남형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신주류, 특히 강경파의 생각이다.

그 선봉에 정동영(鄭東泳.전주덕진).천정배(千正培.경기안산을).신기남(辛基南.서울 강서갑)의원 등이 서있다. 지역구는 다르지만 모두 호남이 고향이다.

그런 그들에게 "그렇다면 내년 총선에서 부산.대구 등 영남에서 출마해 한나라당과 정면 승부하라"는 촉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주류 중진으로 별명이 '미스터 바른말'인 조순형(趙舜衡.서울 강북을)의원은 27일 "분당도 불사하고 신당을 하겠다는 사람들 가운데 진짜로 지역주의 청산과 전국 정당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영남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에게 그런 각오가 서있다면 나도 영남에서 출마할 용의가 있다"고도 했다.

趙의원은 "개혁성향의 의원들이 신당의 조건으로 기득권 포기를 강조하는데 진짜로 기득권을 버리겠다고 한다면 자신들의 선거구부터 내놓고 불모지인 영남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들에게 과연 그런 결의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趙의원은 '분당형 신당'도 좋다는 강경파에 대해 "분당이 되면 모두 공멸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신주류인 정대철(鄭大哲)대표도 이날 고위 당직자회의에서 "분당은 현실적으로 호남을 버리는 경우가 될 것"이라며 "분당된 신당은 부산.경남에서 몇석을 건지겠지만 수도권에선 어려움을 면치 못할 것이므로 전체적으론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현(金相賢)고문 역시 "분당되면 나가는 사람이나 남는 사람이나 17대 국회에선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주류 핵심으로 신당 불참을 선언한 한화갑(韓和甲)전 대표를 "지난 대선 때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던 '신당 추진모임'의장 김원기(金元基)고문도 이날은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다.

金고문은 "어떤 경우에도 분당은 생각해본 적이 없고,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 때 (의원들이)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이익받을 것도, 불이익받을 것도 없으며, 모두 화합하는 속에서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생각도 나와 같다"고 했다.

강운태.강봉균 의원등 중도파 23명은 "민주당이 해체되거나 분당돼선 결코 안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초.재선이 다수인 '열린 개혁포럼' 소속 의원들은 이날 "속도감있게 신당을 추진하자"고 결의했다. 일부는 "모두 화합하자는 것은 '도로 민주당'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신당은 신당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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