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먼저 사망했어도 손자들에 상속권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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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외아들인 A씨(28)는 어머니와 함께 산다. 한 달 전 할아버지가 사망하면서 6억원의 재산을 남겼다. 할아버지는 2남1녀를 두었고, 이 중 1년 전에 숨진 A씨 아버지는 장남이었다. 그런데 A씨의 작은아버지가 최근 "네 할아버지가 모든 재산을 나한테 주기로 한 유언장이 발견됐으므로 재산을 줄 수 없다"고 알려왔다. A씨는 유언장이 위조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A씨가 상속을 받을 수 있나?

Q : 현행 민법상 상속의 1순위는 아들.딸.손자 등 직계비속과 배우자, 2순위는 부모.조부모 등 직계존속과 배우자, 3순위는 형제자매다. 만일 같은 순위에 여러 명이 있을 때엔 촌수가 가까운 사람, 예컨대 아들과 손자가 있다면 아들이 상속을 받게 된다.

우리 민법은 상속에 있어 아들.딸 사이에 차별을 두지 않고 있다. 따라서 A씨의 경우 할아버지의 사망으로 A씨의 아버지.작은아버지.고모가 같은 비율로 상속받게 된다.

만일 작은아버지가 유언장을 위조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작은아버지는 상속을 받을 수 없다. 민법 제1004조(상속인의 결격사유)는 유언장을 위조한 경우 상속을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6억원의 재산은 A씨의 아버지.고모가 3억원씩 나누게 된다. 그런데 A씨 아버지가 돌아가신 상태이므로 A씨는 아버지 몫의 상속분을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상속받게 된다.

이는 민법에 상속인이 상속을 받기 전에 사망했을 경우, 그 배우자와 자녀가 대신 상속받을 수 있도록 하는 대습상속(代襲相續)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 A씨와 A씨 어머니가 갖게 되는 상속재산은 다르다. 배우자가 자녀들과 함께 상속을 받을 경우 배우자는 자녀들보다 1.5배를 더 받는다. 따라서 3억원 중 A씨는 1억2000만원, A씨 어머니는 1억8000만원을 받는다.

유언장이 위조되지 않았을 경우에도 A씨 아버지와 고모는 '유류분(遺留分)' 제도에 따라 재산을 상속받는 게 가능하다. 유류분이란 상속 재산 중 일정 비율을 반드시 주도록 하는 제도다.

민법상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법정 상속분의 3분의 1이 유류분으로 정해져 있다.

따라서 A씨와 A씨 어머니는 할아버지의 유언이 없었을 경우 A씨 아버지가 받게 되는 재산 2억원(6억원을 A씨 아버지.작은아버지.고모가 같은 비율로 나눈 금액)의 2분의 1인 1억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때 A씨와 A씨 어머니는 1:1.5의 비율에 따라 각각 4000만원, 6000만원을 받게 된다.

하재식 기자

◆ 자료협조=법무부 보호과 법교육팀(www.lawedu.go.kr), 법률자문=이명숙.강병훈 변호사, e-메일 법률상담=대한법률구조공단 사이버상담팀

◆ 민법 제1010조(대습상속분)=사망 또는 결격된 자에 갈음하여 상속인이 된 자의 상속분은 사망 또는 결격된 자의 상속분에 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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