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반생 강순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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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얼마전 모 TV 프로그램에서 지방의 한 유치원을 소개한 일이 있었다. 원아들의 출석을 한문 카드로 부르는 것도 이채로왔고, 아직은 꽤 쌀쌀한 날씨와 실내 기온임에도 불구하고 웃옷을 모두 벗은채 신나게 운동을 하는 꼬마들의 모습도 무척 인상적이다. 그중에서도 그곳에 걸려있는 『어머니들에게』라는 글귀는 나로 하여금 그간의 짧았던 육아기간을 다시 한번 반성하게 해 주었다.
-. 서두르지 말고
=.비교하지 말고
사람은 자기 몸밖으로 배출되는 배설물에도 본능적인 애착을 갖는다고 한다. 하물며 10개월간의 기다림과 산고 끝에 얻은 아기에게 쏠리는 절대적인 애정이야 다시 이를 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맹목적인 애정은 좀더 객관적이고 냉정한 입장에서 육아를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를테면 내 아이가 최고였으면 하는 바람은 나무랄수 없으되, 이러한 바람은 다른 아이와 비교하게 만들고 그 결과 자기 아이가 조금이라도 발달정도가 늦으면 엄마는 초조해지게 마련이며 심하면 자책감조차 갖는 것을 주위에서 보아왔다.
나 자신도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아기가 엄마·아빠 소리를 비슷하게 되었을 때 세상에서 마치 내 아기만이 엄마·아빠를 말하는양 기뻐했던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유치원에 걸린 『서두르지 말고, 비교하지 말고』의 두 마디는 그간 자칫 잊을뻔 했던 엄마로서의 올바른 태도를 다시 한번 일깨워 준 것이다.
엄마가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신께서는 아기에게 스스로 터득할수 있는 능력을 주셨고, 다른 아이와 비교하여 갖게되는 엄마의 감정은 자연히 아이에게도 반사되어 되는 것이 아닐까.

<경기도 시흥군 보천면 주공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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