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 신문 내내 묵비권 … 간첩으로 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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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초 주한 미군은 황태성을 신문했다. 그때 조사를 담당한 사람은 502군사정보단 소속 마이클 리(82·사진)였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지난 6일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미 양해각서 미8군 G2 정보훈령 I-65’에 따르면 북에서 넘어온 사람은 48시간 이내에 대방동 수용소로 와야 했다. 중앙정보부가 이를 어기고 황태성을 단독으로 관리해 우리가 항의했다. 결국 대방동 수용소가 아닌 서울 시내 안가에서 황을 만나 일주일간 조사했다.”

 마이클 리의 신문 방향은 황태성의 공작임무를 포함해 박정희·김종필과의 관계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황태성은 묵비권을 행사했지만 그는 조사를 통해 황이 간첩이라고 결론 내렸다. “박정희 의장을 포섭해 적화통일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목적으로 잠입했다”는 것이다. 사전 연락 없이 은밀히 남한으로 침투했고, 옷에서 간첩용 난수표가 발견된 것도 그를 간첩으로 본 이유다. 마이클 리는 “황은 의지가 굳었다. 사회주의 통일을 위해 희생하는 영웅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정리=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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