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짐도 없이 사막을 건너는 낙타의 행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준결승 1국>
○·박정환 9단 ●·탕웨이싱 9단

제6보(58~73)=우하일대 흑 세력에 억류돼있던 백 일단을 움직인 58은 어떤가. 이 도발을 위해 외곽을 건드리지 않고 우상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으니 백으로서는 의도한 전략인데 중앙 59, 61로 눌려 60부터 68까지, 꾸역꾸역 늘어가는 이 행마는 어쩐지 불편하다.

 한줌의 실리도 챙기지 못하고 공배를 이동하는 모습이 마치 짐도 없이 사막을 건너는 낙타의 행렬 같지 않은가.

 프로들의 생각은 다른가? 몇몇에게 물었으나 ‘그렇게 둘 수 있다’는 표정, 누구도 나쁘단 말은 없다. 오히려 61에 고개를 갸웃, 한다.

 이쪽은 알기 쉽게 흑A, 백B, 흑C로 뛰어두는 게 낫다. 68 다음 69로 뒷걸음질하는 바람에 선수를 넘겨줬으니 그 차이가 작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69를 두지 않으면 당장 ‘참고도’ 백1, 3으로 나가 끊어 흑이 원하지 않는 드잡이를 하게 된다. 좌상 쪽과 상변에 백의 세력이 웅크리고 있는 데다 백a도 선수로 작용하고 있어 이렇게 끊겼다가는 곤욕을 치르기 십상이다.

 박정환은 우하 쪽 백 일단을 선수로 생환한 결과에 만족한다는 듯 70, 71마저 활용하고 손을 돌려 좌변 72로 눌러간다. 흑D의 노림도 완화됐으니 만족인가.

손종수 객원기자

▶ [바둑] 기사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