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성 예금증서와 금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오는 6월부터 발행되는 CD(Certificate of Deposit=양도성예금증서)는 새로운 금융상품의 개발로 저축유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견해에 따라서는 금리가 연 11%이며 CD발행으로 조성된 자금의 대출금리는 연 12%이므로 금리의 소폭인상이라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발행할 때 이자를 제하는 할인식이기 때문에 연리가 11%에 이르는 것이며, 역금리체계가 불합리하므로 대출금리도 상대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현행 금리체계의 골격에는 변함이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분석일 것이다.
현행 금리체계에 대해 부정적인 논의를 제기하는 측도 있으나 금리와 물가와의 상관관계, 공금리의 사금리 앙등 억제역할 등을 감안할 때 금리인상론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금리인상론은 그 근거로 공금리와 보세금리의 괴리를 들고 나온다.
금융긴축으로 자금난이 심화되고 그로 인해 사금리가 오르고 있으므로 공금리도 실세에 접근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본말이 전도된 논리이며 우리 금융시장의 특수한 구조를 무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공금리가 사금리를 따라 유동해야 한다는 것은 난센스일 뿐이다.
사금융시장의 금리, 이른바 사채금리는 공금리를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이미 경험칙이 설명하고 있다.
공금리가 상승하면 사금리도 그에 준해 올라가고 공금리가 하락하면 역시 사금리도 내려가는 것을 보아오지 않았던가.
또 고금리가 물가안정에 유해하다는 것은 기업의 금융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경제현실을 감안할 때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기업의 금융비용을 고려하면 고금리의 금리부담이 그대로 제품에 전가되어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물가안정기에 고금리를 주장하는 금리인상론은 합리성을 결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행 금리체계에서는 금융상품을 다양화하여 저축증대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에 CD를 발행토록 한 것도 그런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획일적인 금리를 주면서 금융상품을 내놓는다면 고객의 흥미를 끌 리가 없다.
금리도 금융상품 내용에 대응하여 장기저축을 우대하는 것이 당연하다.
또 금융시장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해야 하는 것이며 그 중의 하나로 CD가 담당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 CD금리가 일반예금 금리보다 우대를 받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CD의 발행을 계기로 금융상품의 개발과 함께 금리에 신축성을 두는 유연한 통화, 금융정책이 전개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우리의 금융산업이 종국적으로 지향해야 할 유니버셜 뱅킹시스팀의 정립도 추진되어야 한다.
금융개방이 불가피한 과정이라면 국내 금융산업의 현대화는 더욱 긴요한 것이 아닌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