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근대화 앞장…기계화영농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지난초순 남부지방에서부터 시작된 모내기가 이제 전국적으로 한창이다. 올해 모내기는 수확기에 냉해가 예상돼 예년보다 10일정도 앞당겨겼다. 그러나 해마다 농사절이 오면 일손부족에다 올해는 품삯마저 일당이 1천∼3천원씩 뛰어 농민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있다.
이처럼 「구인난」에 허덕이자 농촌에서는 마을단위의 「기계화 영농단」이 조직돼 영농기계화로 일손부족을 메우고있다.
전국에서 기계화 영농단을 조직한 것은 전남이 처음. 도당국이 농촌의 일손부족을 메우기위해 80년부터 광산·담양·보성등 도내 22개군에 각각 1개마을씩을 지정, 시험적으로 운용한결과 큰성과를 거두자 81년부터는 농수산부가 전국적으로 이를 확대했다. 83년말 현재 기계화영농단은 전국에 모두 2천6백27개소. 이들 영농단에는 경비의 40%가 국고와 지방비에서 보조된다.
시·도별로는 ▲경기 3백65개 ▲강원 1백8l개 ▲충북 1백91개 ▲충남 3백93개 ▲전북3백78개 ▲전남 3백20개 ▲경북 4백18개 ▲경남 3백43개 ▲제주 29개 ▲서울 1개 ▲부산 4개 ▲대구 2개 ▲인천 2개소등이다.
농수산부는 올해말까지 전국에 3천6백85개소로 늘릴계획이다.
이들 영농단이 보유하고있는 농기계는 트랙터 이양기 콤바인 바인더 방제기 탈곡기 양수기등.
영농단원들은 농고 출신의 20∼30대의 청년들로 구성,일손이 부족한 농가로부터 영농을 위탁받아 모내기에서부터 탈곡까지를 도맡아 대신해주고 돈을 받는다. 영농단에 영농을 위탁한 농가들은 남은 일손을 특작물재배·축산 양식업등의 농가부업으로 돌려 농외소득을 올릴수 있게돼 일석이조의 효과가있다.
전남함평군 손불면석계리의경우 지난해 농민들이 농사는 영농단에 위탁한대신 부업으로 굴양식을 해 1천5백40만원의 농외소득을 올렸다.
6천평의 논농사를 짓는다는 김동선씨(59 담양군 담양읍 삼다리479)는 『농사를 도와주던 두아들이 2년전 모두 직장을 얻어 도시로 나가 그동안 어려움을 겪었는데 지난해 영농단에 농사를 위탁해 직접 농사를 할때보다 30%이상의 경비절감을 했다』며 『올농사도 이미 영농단에 맡겨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담양군내 33개 영농단의 하나인 담양읍내 다영농단(단장 남상환 28)은 82년창단, 15명의 단원과 이앙기 콤바인등 영농기계를 모두 갖추고 있으며 활동 또한 활발하다.
지난해 이웃마을까지 원정, 15ha의 논농사를 위탁받아 작업한결과 얻은 수입이 l천2백80여만원으로 경비를 제외한 순수익이 7백여만원. 이돈으로 1년 내지 4년상환의 지원자금을 갚고 남은 수익금으로 비육우 4마리를 사대원들이 공동으로 키우고 있다.
영농단원인 김명식씨(29)는 『64가구에 마을주민 2백61명인 내다마을이 영농기계화가 이뤄진 후로는 일손이 오히려 남아도는 형편』이라며 『기계가 더 도입되면 이제는 농촌 늙은이들이 오히려 기계에 밀려 도시로 쫓겨날 판』이라고 했다.
이을진씨(31·담양읍삼다리)는 또 이앙기를 육묘상자(가로30cm·세로6cm)를이용하면 3백평 논의 모내기에 육묘상자 30개분이면 충분하며 볍씨도 종전 9kg들던것이 6kg밖에 들지않고도 평당 주수가 오히려 늘어났다고 했다.
담양군 남재신농사계장(39)은 재래식모내기를 할 경우 개인관리비를 포함 2백 평당3만원정도 들던 것이 영농단에서는 1만3천원에 해주고있어 60%의 경비절감을 할수있다고했다.
전남도내 영농단보유 기계대수는 모두 2천9백80대.트랙터 5백1대, 이앙기 8백18대, 콤바인 5백58대, 방제기 5백21대등이다.
경북도내 5백74개 기계화영농단도 각종 농기계 2천3백23대를 확보, 영농단자영경작지 8천4백36ha외에 2천5백ha의 경작지를 위탁받았다.
상주군의 경우 16개영농단이 육묘와 이앙을 위탁받은논이 1천2백41ha선. 이밖에 군전체 농지면적의 10%인 2천4백24ha의 벼농사를 위탁받았다. 농사를 영농위탁한 농가수도 4천4백가구로 지난해 8백80가구에서 무려 5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러나 이처럼 편리하고 경비가 절감되는 기계화영농도 경지정리가 안된 논은 기계경작을 할 수 없어 문제가 따른다.
전국에서 경지정리가 끝난논은 83년말 현재 41만5천ha로 전체경작지의 71%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기계화영농단의 손길이 이들 농가 모두에게 미치기에는 농기계의 수가 절대부족한 실정이어서 농가와 기계화영농단의 농기계확보에 정부차원의 투자가 시급하다. <담양=이춘성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