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달 협정문 정식 서명 … 국회 동의 필요한지 논란 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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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6개월간 한·미 간의 지루한 줄다리기 끝에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이 타결됐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 협정이 발효되려면 정식 서명을 해야 하고, 한·미 양국이 의회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노벽 외교부 원자력협력대사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22일 협정에 가서명 했을 뿐이다. 정식 서명은 가서명 이후 일반적으로 1∼2개월 뒤에 이뤄진다. 정부는 가서명 이후 한글 번역본을 만들고 법제처의 검토를 거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협정문에 대해 국회의 동의나 비준이 필요한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야당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협정문이 발효되기 전 국회의 비준 동의가 필요한지 여부는 법제처 등 관계 부처의 법적 검토 결과에 따라 정해질 예정”이라며 “정부는 비준 동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정식 서명으로 협정문 정본이 최종 확정되는 시점에 국회에 상세하게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법제처 검토에 이어 차관회의를 열고,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대통령 재가를 받아 국내 절차는 마무리된다.

 미국 측 절차는 한국보다 훨씬 복잡하다. 가서명 이후 미 국무부와 에너지부 장관의 검토 서한 발송, 핵확산 평가보고서(NPAS) 작성,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메모 송부, 대통령 재가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행정부 내부의 이런 절차를 통과한 협정문은 의회에 전달된다. 미국의 경우 원자력 협정문은 의회 비준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상·하원의 비준을 받으려면 ‘연속 회기 90일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의회가 열리는 날짜를 기준으로 연속 90일간 의회에서 반대 또는 불승인 결의가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조건을 충족하는 데 통상 반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서명한 협정안에 대해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야당인 공화당의 강경파 의원들이 ‘20% 미만 우라늄 농축’ 등을 트집 잡을 수도 있다.

 양국이 국내 절차를 마치면 각서를 교환하고 협정이 공식 발효된다. 정부 당국자는 “기존 협정의 유효기간인 내년 3월 이전에 새 협정이 발효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정이 발효되더라도 협정의 구체적인 이행을 위해서는 한·미 양국이 행정약정 체결 과정도 거쳐야 한다. 40여 쪽 분량인 협정문은 정식 서명 때까지 양국의 사전 양해에 따라 공개하지 않는다. 협정문 전문은 한·미 원자력협력의 틀과 원칙을 규정했고, 본문은 21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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