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쌍문1·공덕18 … 박원순, 지지부진 뉴타운 28곳 직권해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박원순 시장이 22일 서울시청에서 ‘뉴타운 관리·대책’ 설명회를 열고 “ 사업추진이 불가능한 뉴타운 지역 28곳을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22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상가 2층. 공덕18구역 재건축조합추진위원회 사무실 문이 잠겨 있었다. 의자와 책상 등만 놓여 있을 뿐 일하는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서울시에 등록된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결번’이란 답이 돌아왔다. 상가 주민들은 “2년 전부터 활동이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공덕18구역을 포함해 뉴타운(재개발·재건축) 지역 28곳에 대한 지구단위 계획을 직권으로 해제한다고 22일 밝혔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들의 과도한 부담으로 사업 추진이 어려운 (뉴타운 지역) 28곳을 (서울시가) 직접 해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뉴타운 지역에서 해제되면 개발 행위가 중단되고 주택 신축이나 증개축 등 재산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뉴타운 지역에 대한 대규모 직권 해제 발표는 뉴타운 지정이 본격화했던 2002년 이후 처음이다. <그래픽 참조>

 박 시장의 이날 선언은 지난 3년간 시가 추진해 온 뉴타운 수습 방안을 마무리하는 성격이 강하다. 박 시장이 취임한 2011년 당시 서울시 전역엔 700여 개의 뉴타운 지역이 있었다. 하지만 부동산 침체 등으로 개발에 발목이 잡힌 곳이 대부분이었다. 서울시는 그동안 뉴타운 지역(683곳) 중 조합 등 개발 주체가 없는 324곳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이 중 245곳은 주민들의 뜻에 따라 뉴타운 지정을 해제한 상태다.

 시가 이날 발표한 뉴타운 직권 해제 지역은 5년 이상 개발 작업이 정체돼 있던 곳들이다. 이제원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추진 동력을 상실해 추진 주체가 활동을 중지했거나 건물 신축 등이 이뤄지고 있는 곳들”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재산권 행사 제한으로 인한 주택 노후화 등 주거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것도 고려됐다.

 이날 시는 직권 해제와 함께 맞춤형 뉴타운 대책도 내놨다. 전체 뉴타운 중 실태 조사를 하지 않은 327곳은 A(정상추진·151곳), B(정체·132곳), C(추진곤란·44곳) 3개 유형으로 나눠 맞춤형 지원에 나선다. 시가 직권 해제를 발표한 뉴타운 지역은 C형에 해당한다.

 뉴타운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A형은 조합 등에 대한 융자 한도를 3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사업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B형은 변호사·건축 전문가 등 갈등 조정 전문가 100명을 파견해 주민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C형의 경우 사업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한 곳으로 시가 직권으로 뉴타운 지역을 해제하거나 주민 설득을 거쳐 도시 재생 작업에 나선다. 임우진 서울시 주거재생정책팀장은 “부동산 경기침체로 사업이 지지부진하거나 주민 분담금 문제로 갈등이 있는 등 상황이 저마다 다르다”며 “지역 사정에 맞게 관리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뉴타운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매몰비용에 대해 시가 뾰족한 해답을 내놓지 못함에 따라 “맞춤형 대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시 뉴타운 사업으로 주민이 부담해야 하는 매몰비용은 1조4000억~1조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추진 주체가 없거나 위원회 구성 단계에서 뉴타운 지역에서 해제된 경우 최대 매몰비용의 70%까지 시가 지원하기로 했지만 조합 설립 후 사용된 비용은 시가 지원할 수 없다. 은평구의 한 뉴타운 지역 조합장은 “매몰비용만 수십억원에 달해 재개발 추진을 멈추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김지은(인하대 건축학) 인턴기자 emck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