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모 본 헤드 플레이, 실점 빌미로 LG에 0-10 '완패'…문제제기 왜?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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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정범모 본 헤드 플레이

한화 포수 정범모(28)는 지난 21일 잠실 LG전에서 5회 뼈아픈 실수를 했다. 팀이 0-2로 뒤지고 있던 5회 말 2사 만루 위기. 한화 외국인 선발투수 유먼은 이진영과 풀카운트 접전을 벌였다. 6구째 빠른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넘겼다. 밀어내기 볼넷이었다. 중계 화면상 우효동 구심은 스트라이크 선언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범모는 삼진이라고 생각해 공을 1루로 던졌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뒤늦게 1루수 김태균이 공을 홈 근처에 있던 유먼에게 던졌지만 뒤로 빠졌다. 그 사이 LG 3루주자 오지환과 2루 주자 정성훈이 모두 홈을 밟았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그라운드로 나와 심판에게 어필했다. 유먼 역시 구심에게 강한 항의를 했다. 결과는 번복되지 않았다. 결정적 실책을 한 한화는 급격하게 무너졌다. 0-10, 영봉패였다. 그런데 경기 뒤 우효동 구심의 볼 사인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흘러나왔다. 심판이 "볼"이라고 외치지 않고 "볼 사이드"라고 했다는 것. 정범모가 처음 듣는 사인이었고, 결과적으로 잘못 착각해 실책으로 연결됐다는 뜻이었다.

21일 밤 연락이 닿은 우효동 심판은 무척 속상해 했다. 경기 뒤 정범모가 찾아와 "선배님.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착각했습니다"라고 사과 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어 "19년 심판 생활을 하며 늘 같은 볼 사인을 냈다. 과거에도 한화와 정범모와 함께 경기를 했고, 그때도 같은 사인을 냈다. 그런데 '처음 듣는다. 스트라이크 콜을 했다'는 말이 나온다. 본대로 그대로 판정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우효동 심판과 일문일답.

-오늘 경기에서 볼-스트라이크 사인을 두고 문제가 있었다.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겠다. 심판마다 볼을 말하는 방법이 약간 틀리다. 그냥 '볼'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아예 말을 안 하는 심판도 있다. 나는 공이 낮게 들어가 볼이 될 경우 '로우 볼', 높으면 '하이 볼', 옆으로 빠지면 '볼 사이드'라고 외친다. 오늘 역시 유먼의 공이 옆으로 빠져서 '볼 사이드'라고 말한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구태여 '볼 사이드', '로우 볼', '하이 볼'이라고 구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심판마다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나는 같은 볼이어도 포수들에게 왜 볼을 선언했는지 알려주기 위해서 이 방식을 19년째 하고있다.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에 대해서 납득과 설명을 위해 하는 것이다. 과거부터 한화와 치른 경기서 모두 같은 볼 사인을 줬다. 포수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하는 것이다."

-한화 입장에서는 들어본 적이 없는 콜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정범모와 과거에도 경기를 한 적이 있나.
"왜 그걸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하는지 이해 안 된다. 당연히 정범모와 경기를 함께 한 경험이 있다. 심판 경력 19년이고, 그동안 1300경기를 소화했다. 정범모와도 최근 2년 동안 경기를 함께했다. 그때도 한결같이 지금 같은 볼 사인을 줬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한화 측에서도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었다."

-LG 포수 최경철에게도 같은 사인을 줬나.
"당연하다. 꼭 최경철에게 전화해서 확인해달라. 최경철뿐만이 아니다. 다른 구단 모든 포수들에게 왜 볼인지 알려주기 위해 같은 사인을 내왔고 지금까지 한 번도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

-경기 뒤 정범모를 만났나.
"(정)범모가 찾아와 '선배님. 제가 좀 착각한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더라. 당연히 어깨를 두드리면서 '그래, 경기를 하다보면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정범모 착한 선수다. 나쁜 선수 아니다. 개인적으로 감정 없다. 경기 뒤 본헤드 플레이라고 질타 받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김성근 감독이 어필했다. 어떤 내용이었나.
"감독님께서 볼과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해 말씀하셨다. 나오셔서 본인이 보실때 스트라이크라고 하셨다."

-유먼도 항의 했다. 내용이 무엇인가.
"입 모양을 보면 알지 않나. 나는 '무슨 소리냐. 평소대로 볼 사이드라고 했다'고 답했다."

-혹시 작은 소리나 동작으로라도 스트라이크 선언을 하진 않았을까. 다시 보기 화면을 확인했나.
"다 확인했다. 어떤 스트라이크 선언이나 움직임도 없었고, 하지 않았다. 정말 늘 하던대로 '볼 사이드'라고 말해준 것 말고는 없다. 화면을 보면 아시겠지만, 실제로 스트라이크존을 빠져나간 볼이었다."

-만약 평소대로 볼 사인을 냈다면 정범모가 왜 그랬다고 생각하나.
"경기를 하다 보면 주변이 너무 시끄러우니까 착각을 하거나 잘못 들을 수 있는 것 아닐까. 급박한 상황에서 착각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정범모가 와서 사과할 때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저 '그래, 열심히 해라. 나는 너에게 감정이 없다'라고 말하며 다독였다."

-본의 아니게 논란이 되고 있다.
"19년 이상 심판을 했다. 심판은 있는 그대로 말하고 선언한다. 늘 그랬듯 '볼 사이드'라고 한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정말 투명하게 소신을 갖고 이 일을 하고있다. 정말 아쉽고 마음아프다. 나도 선수 출신이다. 경기를 하다 보면 착각할 수 있다. 선배로서 정범모가 뭇매를 맞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온라인 중앙일보
'한화 정범모 본 헤드 플레이' [사진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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