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공부] "방학 땐 '기초 공사' 튼튼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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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학을 잘 보내야 다음 학기가 달라진다'(예담프렌즈)를 펴낸 화랑초등학교 이현진.김언지.장은미 교사를 만나 조언을 들었다. 이들은 우선 담임 선생님과 상담해 아이에 대한 진단을 받은 뒤 봄 방학 때까지 달력 계획표를 만들며 이를 근거로 시간대별 일정이 담긴 주간계획표를 짜야 한다고 말했다.

‘방학을 잘 보내야 다음 학기가 달라진다’의 저자들인 화랑초등학교 김언지.이현진.장은미 교사(왼쪽부터)가 겨울방학을 알차게 보내는 방법을 귀띔해 줬다. 김성룡 기자

-방학이 그렇게 중요합니까.

▶이현진=욕심은 많은데 학습 기본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은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도 많이 싸웠고요. 여름방학 직전 한 학부형께 "예체능학원에 보낼 때가 아니다. 아이가 성취욕은 큰데 (학습) 이해가 부족하니 1학기 때 수업내용을 다시 챙겨라"란 취지로 말씀드렸습니다. 방학이 끝난 뒤 보니 아이가 달라졌더군요. 기본이 갖춰지니까 친구들로부터 인정도 받게 됐고요. 반대 사례도 있습니다. 알았던 것도 잊고 생활 태도도 엉망이 되어서 오는 아이들이오. 그런 애들에겐 방학이 없었으면 정말 좋았겠다 싶죠.

▶장은미=미리 공부시킨다고 학원에 보내는 분이 많으세요. 학원에 다니니 잘하겠지 여깁니다. 그러나 원리나 개념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실제론 도움이 되지 않아요.

▶이현진=어느 학부모께선 수학.영어.첼로 등 아이가 다닐 학원 여섯 곳 정도를 미리 정해놓으셨더라고요. 그중 정말 필요한 학원은 절반도 안 돼 보이던데…. 아이에겐 배운 걸 습득할 시간이 필요한데 그럴 시간이 없었어요. 그럴 바엔 안 보내는 게 낫습니다.

-학부모가 생각하는 '좋은 방학'과 아이에게 '좋은 방학'이 다를 수 있겠네요.

▶이현진=네. 학부모는 주로 공부 쪽을 생각하시죠. 그러나 아이가 학습을 잘 이해하고 잘 따라간다면 공부보단 생활 측면을 잡아줘야 해요. 예를 들어 주변 정리를 전혀 못하는 아이라면 이를 잡아줘야 하는 식이죠. 그렇지 않으면 학습 측면에서도 발전하기 어려워집니다.

▶김언지=고학년이라면 성취욕이 있어 공부를 한 방학이 뜻깊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학년은 다릅니다.

▶이현진=부모님께서 아이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습 이해나 태도가 엉망인 아이가 있어 말씀드려도 믿지 못하시더군요.

▶김언지=그래서 선생님과 상담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 아이도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 다닙니다. 저도 선생님이지만 방학 즈음이 되면 담임 선생님을 찾아갑니다. 가장 먼저 조언을 구할 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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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강조했는데요.

▶장은미=다음 학기를 준비한다는 개념의 독서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6학년 1학기 사회 단원은 역사에 대한 것입니다. 방학 때 우리나라 역사책을 쭉 읽어놓는다면 학교 수업이 새로운 공부가 아닌 피드백이 되는 거죠. 국어책에 실린 글의 원문을 미리 읽은 학생은 '(교과서 내용이) 시시해요. 너무 간단해요'라고 얘기합니다. 다른 아이와 달리 그만큼 깊게 공부할 수 있다는 거죠.

▶이현진=체험 활동도 독서와 연계할 수 있습니다. 포석정을 보고 '이렇게 작았어요'라고 놀라는 아이와 '포석정이 뭔데요'라는 아이와는 다릅니다.

▶김언지=일부 부모님께선 입으론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하지만 아이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시는 것 같진 않습니다. 아이가 책을 읽고 있으면 '공부 좀 해라'고 말합니다. 아이는 어른처럼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순 없습니다.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합니다.

▶이현진=맞습니다. 어머니는 TV를 보고 환호하는데 아이들은 징징대며 책을 읽는 모습을 아이들이 그린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어야 합니다.

-체험활동은 어떻게 하는 게 좋습니까.

▶장은미=무조건 중앙박물관에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일 큰 곳이니까 다 있겠지 하고요. 그러곤 선사시대부터 쭉 훑습니다. 아이에겐 그런 게 남질 않아요. 아이의 활동, 지적 단계, 다음 학기 학습에 도움이 될지 여부를 감안해 체험 활동을 시켜야 합니다. 찾아보면 교과와 관련된 좋은 박물관이 많습니다.

▶김언지=우리 반 한 아이는 철도박물관에서 증기기관차를 보고 왔다더군요. 안 본 친구들과는 감흥이 달랐습니다. 우선 순위를 정해 한두 곳이라도 다녀오는 게 좋다고 봅니다.

-초등학생 영어캠프가 유행인데요.

▶김언지=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라면 국내에서 꾸준히 학습해도 됩니다. 문화체험이나 이주 목적이라면 외국에 가는 것도 괜찮다고 봅니다. 그러나 한국으로 돌아올 생각이라면 외국에 오래 있는 게 좋지 않습니다. 학습에 해를 끼치기 때문입니다. 가도 4, 5학년 때가 나은 것 같습니다.

▶이현진=수학 공부와 독서는 계속 챙겨야 합니다. 또 아이 혼자 달랑 보내는 건 정말 모험입니다.

정리=고정애 기자<ockham@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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