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에 민속춤 자수 선물한 신체장애자 이순옥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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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5일 교황의 부산방문 신앙대회때 한국장애자들이 교황에게 바치는「은혜의 선물」은 우리의 민속춤 강강수월래를 자수(가로88cm·세로58cm) 로 만든 것. 이 자수를 만든 이순옥씨 (32·여·사진·부산지산자활원) 는 손과 팔을 제대로 움직일 수조차 없는 소아마비 불구자.
이씨는 이 한폭의 자수를 그려내는데 「인고의54일」을 자신과 싸워야했다.
은회색 명주바탕에 한올한올 실을 꿰기 시작한 것이 지난2월27일.
천주교 부산교구 서공석신부가『교황이 부산을 방문할때 드릴 선물을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의에 따라 시작했던 것.
하루 8시간씩, 어떤때는 하루의 목표량을 맞추기 위해 새벽2시까지도 바늘과 씨름을 해야했다.
또 온몸으로 수틀을 안고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세로58cm, 가로88cm의 명주바탕 한가운데에 바늘을 꽂을 때는 팔이 닿지 않아 온몸을 비틀어야해 성치 못한 육체를 원망하면서 남모르게 울어야했다.
인고의 작업을 하기를 54일.
지난달 21일「완성의 기쁨」을 맛보게 됐다.
이 자수는 열두처녀가 달빛 아래서 서로 손을 잡고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도는 장면을 그린것.
노랑·빨강 초록색등의 수실로 널따란 초원 위에 달과 소나무·향나무·은행·단풍·버드나무를 빽빽이 새겨 넣었다.
독실한 천주교신자 집안출신인 이양은 고교2년때 영세를 받고「이헬레나」라는 세례명을 받았다. <부산=임수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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