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황태성은 큰 간첩 … 밀사 아니다" 50년 논쟁 결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밀사(密使)냐, 간첩이냐’-. 황태성 사건의 50여 년 논쟁의 결말을 짓는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증언이 나왔다. JP는 21일 “북한 김일성은 5·16 혁명지도자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의 과거 좌익 전력(前歷)에 주목했을 것”이라며 “황태성은 남북협상 밀사로 자처했지만, 김일성은 황태성에게 박정희와 나를 만나서 북한에 합류하도록 설득 공작을 해보라는 밀명을 내렸던 것”이라고 회고했다.

 황태성은 박정희 의장의 친형(박상희) 친구다. 황은 1946년 월북한 뒤 북한 무역성 부상(副相, 차관)을 지냈다. 황태성은 5·16 체제 출범 석 달 뒤인 61년 8월 말 휴전선을 넘는다. 당시 JP 부장의 중앙정보부는 황태성을 남파 50여 일 후 체포한다.

 JP는 “김일성은 황태성의 공작이 잘 되면 좋고 안 되면 거기(서울) 가서 죽으라는 뜻이었을 것으로 짐작한다”며 “더구나 황이 밀사였다면 사전에 우리 쪽과 어느 정도 물밑 호응이 있었어야 했는데 그런 일이 없었다. 그의 남파를 나는 체포 전에 몰랐다”고 증언했다.

 김 전 총리는 “나는 황태성을 큰 간첩으로 취급했고 혁명 과업에 장애 요인이 된다고 판단, 그 문제를 빨리 없애버리려 했다”면서 “박정희 의장의 정체가 의심받을 빌미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JP는 “황태성이 남쪽에서 알아보려 했다는 영관급 군인의 남북회담 문제는 육군첩보부대(HID) 차원의 대북 제안일 뿐”이라며 “HID의 대북 제의·접촉은 중앙정보부나 혁명정부와는 아무 관련이 없으며, 나는 나중에 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박보균 대기자, 한애란 기자 bgpar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