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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IoT 깔았어요 … 혼자도 겁 안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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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2018년 4월 어느 날 아침, 나보안(가명)씨는 평소처럼 자동주행 기능이 있는 스마트카를 타고 출근길에 나섰다. 음성명령으로 서울 강남역 인근 직장 주소를 입력한 뒤 신문을 읽는데, 갑자기 핸들이 엉뚱한 방향으로 돌기 시작했다. 차가 금새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하는데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다. 당황한 나씨는 급기야 도로 한복판에서 스마트카 전원을 급히 끄고 말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잠시 후 스마트카 정비소에 들른 나씨는 얼마전 스마트폰에 설치한 차량진단 애플리케이션이 악성코드에 감염된 것을 확인했다. 스마트카가 블루투스로 스마트폰 내 악성 앱과 연동되면서 해커가 원격으로 나씨의 스마트카를 좌지우지한 것이었다.

 간단한 센서나 앱을 통해 사물끼리 데이터를 주고받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시대에는 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사람과 사람이 기기를 통해 연결되던 PC·모바일 시대에 보안의 중심이 사람이었다면, IoT 시대엔 기기가 보안의 핵심이다. 이 기기 네트워크가 뚫리는 순간, 나씨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사고로 이어지기도 쉽다.

 이처럼 IoT 시대를 맞아 보안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업계가 사활을 걸고 있는 건 ‘융합보안’이다. 융합보안이란 CCTV 등을 통해 외부인의 물리적 침입을 탐지하는 ‘물리보안’과 안랩·시만텍처럼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정보유출을 막는 정보보안을 합친 개념이다.

 IoT 보안시장을 눈여겨보는 쪽은 통신사업자들이다. 전국 단위로 구축한 3G·LTE 이동통신망은 IoT 기기들이 쏟아내는 데이터들이 흐르는 고속도로 역할을 한다. 통신3사는 전국에 깔린 CCTV를 통신망으로 연결하고 여기에 보안솔루션을 올리며 시장 확보 경쟁에 나섰다.

 KT는 국내 물리보안업계 3위인 자회사 KT텔레캅을 통해 ICT와 보안의 융합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에 KT가 주목하는 5대 융합사업영역으로 보안시장을 꼽기도 했다. KT텔레캅은 지능형 CCTV 관제서비스 외에도 다양한 보안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달 공개한 페이스캅II가 대표적이다. 얼굴인식 시스템인 페이스캅II는 8000개의 셀을 구분해 개인별 얼굴 특징을 분석해 낸다. 기존보다 얼굴인식 속도와 정확성이 크게 높아졌고, 비용은 70% 수준으로 낮아졌다.얼굴인식 결과가 사무실 내 다양한 IT기기와 연동돼 정보보안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페이스캅II의 핵심이다. 가령 얼굴인식을 통해 출입이 인증된 직원만 사무실에 있는 복합기와 PC를 사용할 수 있는 식이다.

 KT텔레캅 관계자는 “기존의 지능형 영상분석 기술과 생체인식 등 차세대 기술을 결합한 솔루션들이 다양하게 나오면 빌딩·에너지 관리도 더 스마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도 지난해 2월 보안업계 4위인 NSOK(네오에스네트웍스)를 인수하며 보안사업에 뛰어들었다. 성과도 서서히 나오고 있다. SK텔레콤은 인수 후 첫 서비스로 NSOK 비디오 클라우드’(N 클라우드)를 공동개발해 현재 국내외에서 운영 중이다. 가상의 서버·저장공간을 활용하는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고화질(HD)급 CCTV 영상보안·무인경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녹화된 영상은 스마트폰이나 PC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고, 출입문에 계수용 카메라를 설치해 출입 인원을 체크하는 등 지능형 영상 분석 서비스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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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세종시 창조마을에서는 이 서비스를 활용해 농가에서 작물 원격모니터링과 도난방지에 활용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CCTV로 단순 모니터링을 넘어 생산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영상보안 서비스 시장을 열겠다”고 말했다.

 기존의 보안업체도 변신 중이다. 에스원은 IoT와 연계한 홈 시큐리티 상품을 앞세워 기존 가입자들에게 신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세콤 홈 블랙박스는 외부 침입시 보안요원이 출동하는 기존 서비스 위에 스마트폰으로 도시가스·조명·가전제품의 전원을 원격으로 제어하는 서비스를 합쳤다. 올해 초부터는 경동나비엔과 손잡고 보일러 원격제어 서비스도 이 패키지 상품에 포함시켰다. 사물인터넷 센서 하나가 보안업체의 사업영역을 에너지 관리 영역까지 확장한 셈이다. 에스원은 최근 알뜰폰 사업도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저가 휴대폰에 에스원의 개인신변보호 솔루션을 탑재했다. 위급한 상황에 비상버튼을 누르면 에스원의 보안요원이 출동하는 서비스다. 에스원 관계자는 “통신료만 저렴한 게 아니라 개인안전까지 보장해주는 서비스라고 알려지면서 가입자가 10만 명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ADT캡스는 통신사 LG유플러스와 손을 잡았다. 이들은 세계 최초로 LTE 통신망을 활용한 보안 관제 서비스를 개발했다. LTE 기반 통합 단말기와 인터넷주소(All IP)를 활용한 M2M(사물간통신) 플랫폼을 적용했다. 또 LG유플러스는 LTE 칩이 내장된 CCTV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며 가정과 어린이집 등에 풀HD 화질의 CCTV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부모가 어린이집에 있는 아이의 생활 장면을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LTE 칩에 내장된 차량 블랙박스를 활용해 기업들이 업무용 차량을 관제할 수 있는 서비스도 출시했다. 블랙박스 단말에서 시간과 GPS 정보를 LTE망을 통해 관제 서버로 전송하면, 기업 내 차량 관리자는 스마트폰 앱으로 차량의 운행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LTE 블랙박스는 사고 동영상을 LG유플러스 클라우드로 보내 스마트폰으로 즉시 사고동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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