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 창업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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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이경희 소장 한국창업전략연구소

대리점은 메이커 즉 제조사를 대신한다는 점에서 프랜차이즈와 다르다. 프랜차이즈는 외식.서비스.판매 등 유형의 상품은 물론 무형의 상품에도 적용할 수 있지만 대리점 상인들은 대부분 유형의 상품을 취급한다. 대리점은 메이커를 대신하는 위치이기 때문에 판매되는 상품의 하자나 애프터서비스(A/S)에 대한 책임은 일반적으로 메이커가 진다. 국내의 경우 삼성전자나 LG전자 대리점처럼 특정 회사의 제품만을 취급하는 전속대리점이 일반적이다. 소비재를 생산하는 대기업들은 대부분 전국적인 대리점망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에 대리점망이 구축된 상태라 신규 창업 기회는 거의 없는 편이다. 의류.가구.가전제품처럼 최종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리점들도 있고, 식품이나 화장지처럼 지역 상권 내의 소매상들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대리점들도 있다.

메이커들은 자사 제품을 더 많이 판매하기 위해 대리점의 판매 교육을 강화하고 다양한 지원을 한다. 때문에 일반 프랜차이즈에 비해 창업 조건이 좋은 편이다. 대기업의 경우 담보를 걸면 위탁관리 형태로 물건을 공급해주는 사례가 많다. 즉 먼저 물건을 받아 판매하고 난 뒤 결제를 하므로 대금결제 조건이 좋은 편이다. 대신 인기 브랜드의 경우 노른자위 상권에 점포를 가져야 하고, 인테리어도 수준급으로 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좋은 상권에 점포를 가진 사업자들은 인기있는 대표급 브랜드로 말을 갈아타며 운영하기도 한다. 인기 의류 브랜드의 할인제품 판매 대리점 등 유명 브랜드는 웃돈을 주고도 대리점 창업 기회를 얻기 힘들다.

하지만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은 대리점 주인들에게 초도 상품대금(첫 상품대금)으로 일정한 물량을 떠안기고 현금 결제를 요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런 점을 악용해 가끔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이 대리점에 초도 상품대금을 받고 물건을 공급하지 않은 채 부도를 내거나 잠적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최종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리점일 경우 일반적으로 점포를 가져야 하고 인테리어를 해야 하는 등 투자비가 많이 들지만 소매상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중간도매 또는 지역 총판의 성격을 띤 대리점들은 창고 개념의 사무실만 있으면 돼 투자비가 비교적 적게 드는 편이다. 대리점 창업에서 중요한 것은 상품의 질과 가격, 그리고 메이커의 안정적인 제품 공급 능력이다. 품질 보증수표인 브랜드 지명도 역시 사업 성패를 좌우한다.

이경희 소장 한국창업전략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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