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리모델링 잰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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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0면

공동주택 리모델링이 활성화될 길이 열렸다. 조합원 80%의 동의만으로 조합설립 및 사업시행이 가능해지고 미동의자에 대한 매도청구가 가능한 주택법이 지난 달 말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종전까지는 조합원의 1백% 동의를 얻어야 해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정부도 재건축 안전진단을 강화하고, 일반주거지역 종 세분화로 용적률을 낮추려는 추세여서 앞으로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으로 선회하는 단지가 늘어날 전망이다.

◇리모델링 추진단지 증가세=건설업계는 서울에서 지은 지 20년 이상된 중층 아파트는 모두 리모델링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추진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실행에 옮기고 있는 단지는 20개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공동주택 리모델링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이번 주택법 제정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려는 단지가 크게 늘 것"으로 기대했다.

일반아파트로 리모델링 첫 사례라 할 수 있는 마포 용강동 시범아파트는 주택공사가 맡아 올 7월 준공한다. 기존 18평형에 약 4.5평의 발코니를 증축하고 욕실과 주방설비를 바꾼다.

대림산업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사원기숙사를 리모델링해 지난해 서울 8차 동시분양에서 일반분양했다. 종전 원룸형 직원숙소 4백65실을 85평형 고급아파트 56가구로 개조한 것으로 분양가가 평당 2천3백만원선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공동주택 리모델링 분야에서 가장 많은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서초구 방배동 삼호아파트 14동을 수주한데 이어 이촌동 리바뷰맨션, 강남구 신사동 삼지아파트와 최근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5차도 따냈다.

이중 방배 삼호와 신사 삼지아파트는 동의율이 95%를 넘어 이번 주택법 통과로 사업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리모델링 공사 이렇게=삼성물산이 최근 수주한 압구정동 현대5차는 수변경관지구으로 지정되면 층고 제한(12층)으로 재건축이 불가능해 리모델링을 택한 사례다.

이 아파트는 35평형짜리 2개동, 2백24가구로 복도식을 계단식으로 바꾸는 방법 외에 발코니도 확장한다. 또 현재 외벽에서부터 전면 1.7m, 후면 3.5m의 콘크리트 구조체를 매달아 붙이는 방법으로 수평증축을 한다.

이 경우 35평형(전용면적 24.9평)짜리가 51평형(전용 37.8평)으로 16평형(전용면적 기준 12.9평)이 늘어난다. 용적률은 기존 1백82%에서 2백49%로 증가한다.

또 지하에 주차장을 만들고, 내부 인테리어와 낡은 배관.전기 설비를 교체하는 등 성능 개선 공사도 함께 진행한다. 이렇게 공사할 경우 가구당 예상 추가부담금은 1억6천8백만원선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리모델링 추진후 6억원에서 7억5천만원으로 1억5천만원 정도 시세가 올랐다"며 "대림산업이 리모델링한 현대사원 기숙사가 평당 2천4백만원대에 분양된 만큼 리모델링후에는 10억원 이상의 시세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했다.

회사는 올 11월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내년 4월께 착공하면 2005년 10월께 입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 지원 있어야=하지만 리모델링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조세분야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재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층수나 가구수 증가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조합원들이 모두 공사비를 부담해야 하므로 재건축에 비해 여전히 메리트가 떨어진다.

주택공사 리모델링팀 강신은 과장은 "리모델링은 조합원의 추가부담금외의 별도 수입원이 없기 때문에 재건축과 경쟁하려면 공사비에 대한 부가세 면제나 대출비 이자상환금에 대한 소득공제 등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주공연구소 박신영 박사도 "주택의 수명을 늘리고 환경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차원에서도 리모델링은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국민주택 규모 이하라도 증축되는 부분에 대한 취.등록세 감면혜택을 주는 등 인센티브가 있어야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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