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쌓인 반 가다피 감정 폭발 영·리비아 단교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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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영국정부가 22일 대 리비아단교조치를 취한 것은 적어도 어느 시점까지는 리비아와의 관계 정상화 내지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최종 판단을 내린 때문이다.
영국정부는 지난17일 런던시내 한복판에 있는 리비아대사관에서 총기를 난사, 11명의 사상자를 내는 사건이 발생한데 이어 2O일 저녁에 다시 히드로 공항에서 폭발물이 터져 2O여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단교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대사관내 기관총난사사건이 난 후 영국정부는 되도록 극한상황으로 몰고 가지 않고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했었다.
며칠간은 쌍방간의 대치가 조금은 풀어지는 듯 하면서 협상의 가능성이 보였는데 히드로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영국정부의 태도는 격앙되어 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리비아대사관 총기사건의 협상 자체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영국 측은 리비아 측에 대해 대사관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밖으로 나올 것과 영국경찰이 대사관 안에 들어가서 폭발물 및 총기의 소장여부를 수색할 수 있도록 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영국은 리비아 측이 외교행랑을 이용, 각종 무기를 불법으로 반입해 다 반「가다피」리비아 인들에 대한 테러용으로 쓰고있다고 보고있다.
이에 대해 리비아 측은 리비아 대사관 안에서 기관총을 쏘지 않았고 오히려 영국 경찰이 문제를 일으켰다고 주장하면서 ①테러행위와 관련, 구속된 리비아 인들을 모두 석방할 것 ②「가다피」리비아 지도자에 반대하고 있는 리비아 인들의 반「가다피」활동을 엄중 단속할 것 ③리비아대사관을 포위하고있는 영국경찰을 즉각 철수시킬 것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리비아는 뿐만 아니라 트리폴리에 있는 영국대사관을 무력으로 포위하고 영국이 하는데 따라 보복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했다.
영국과 리비아간의 관계는 지난 5년 동안 「가다피」정부가 공공연히 해외 특히 영국 안에 있는 반 「가다피」리비아 인들에 대한 테러를 자행하면서 급격히 나빠졌다.
리비아 측의 계속된 테러는 영국의 큰 골칫거리가 되어 국민감정도 극도로 냉각됐다.
영국 안에는 현재 약1만 명의 리비아 인들이 있으며 그 중 절반은 학생.
그런데 상당수의 리비아 인들이「가다피」독재에 항거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한편 리비아에는 8천 명의 영국인이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건설공사 및 원유채굴사업에 관련된 일을 하고있다.
영국은 리비아에 2억5천만 파운드 상당을 수출하고 2억3천만 파운드 어치를 수입하고있다.
영국의 대 리비아 단교로 리비아의 대 서방태도는 더욱 나빠져 긴장은 고조 될 것이다.
【런던=이재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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