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블랙박스도 로비 규명할 핵심 열쇠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 중인 특별수사팀이 디지털 자료를 포함한 로비 정황을 입증할 객관적인 물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번 주부터 시작될 성 전 회장 측근들을 포함한 핵심 관계자 본격 소환을 앞두고서다.

 수사팀이 분석 중인 성 전 회장 차량 블랙박스는 디지털 증거 가운데 보관 기간이 3~7일로 가장 짧다. 해당 기간이 지나면 덮어쓰기 방식으로 순차적으로 지워지는데 이를 복원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30일이다. 영상이 복원되면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사흘 전(지난 6일)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찾아가 “2011년 내가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주라고 한 돈 1억원을 실제 전달한 게 맞지 않느냐”고 확인했다는 의혹 등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 전 회장은 지난 3일 검찰에 소환돼 16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그 시기를 전후해 이완구 총리, 허태열 전 비서실장, 유정복 인천시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에게 전방위로 구명 전화를 했다. 이 중 차 안에서 이뤄진 대화가 블랙박스에 녹음 돼 있을 수 있다.

 성 전 회장의 차량 내 단말기에 유심(USIM)칩 형태로 끼워 사용하는 하이패스 카드의 내역은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최소 3년 이상 보관해야 한다. 한국도로공사 주 전산 서버, 영업소 전산에 기록이 남아 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이 총리를 만나 3000만원을 전달했다고 밝힌 2013년 4월 4일의 실제 이동 경로를 확인 중이다.

 경남기업 임직원 등의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특별수사팀이 지난 15일 경남기업 2차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일부 자료가 삭제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CD로 보관 중인 사내 CCTV 영상기록은 하루 2~3시간 분량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 전 회장, 검찰 고위직 출신과 상의”=성 전 회장이 리스트 폭로에 대해 평소 친분이 있던 전직 검찰 고위직 인사 A씨와 상의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한 측근은 “자살하기 하루, 이틀 전 가깝게 지낸 변호사 A씨에게 메모에 적은 내용을 얘기했다고 들었다” 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성 전 회장이 죽기 전날인 8일 검찰 수사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한다길래 만류한 적은 있으나 메모 얘기는 들은 게 없다”고 강조했다.

백민정·이유정·한영익 기자 uu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