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와트와 박병호가 보여준 동업자정신

중앙일보

입력 2015.04.17 18:17

업데이트 2015.04.17 18:18

국적과 팀이 다르고, 말도 통하지 않지만 같은 야구선수였다. 박병호(29·넥센)와 밴와트(29·SK)가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도 훈훈함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밴와트는 16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넥센전에서 1회만에 교체됐다. 1회 초 2사 1루에서 박병호의 타구에 오른쪽 복사뼈를 맞아서였다. 밴와트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간 뒤 병원으로 이동해 검진을 받았다. 뼈에는 이상이 없지만 휴식이 필요했고, 17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김용희 SK 감독은 "다행히 뼈는 다치지 않았고 타박상에 머물렀다. 그러나 선발로테이션을 한두번 거르게 됐다. 2군에 가지 않고 1군과 동행하면서 훈련한다"고 말했다.

본의 아니게 부상을 입힌 박병호는 밴와트를 걱정했다. 박병호는 1루 더그아웃까지 와서 밴와트의 상태를 살피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박병호의 진심에 감동한 밴와트는 병원으로 이동하면서 통역을 맡고 있는 김현람 매니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김 매니저는 넥센의 정윤기 통역에게 "내 상태를 물어봐줘 고맙다. 당신은 좋은 타자다. 좋은 시즌을 보내기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박병호도 "야구를 떠나서 크게 안 다쳐 다행이다. 이번 부상이 마지막이길 바란다. 좋은 시즌 보내라"고 답했다. 동업자의식을 갖춘 남자들의 뜨거운 마음이 서로에게 전해졌다.

밴와트는 팀을 위해 희생하는 마음도 보였다. 밴와트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임에도 김 매니저에게 "아직 투수코치에게 얘기하지 마라. 내가 일찍 빠지면 중간 계투 투수들이 많이 던져야 한다. 우리 타자들이 2아웃을 당할 때까지 기다리면서 상태를 보자"고 했다.

그러나 결국 김상진 투수코치는 선수 보호 차원에서 교체를 결정했고, 병원으로 보내 정밀 검진을 받게 했다. 경기장으로 돌아온 그는 목발을 한 채 경기를 끝내고 들어오는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올 시즌 SK가 외치는 '원 팀 원 스피릿(One team, One spirit)'이 그대로 드러난 장면이었다.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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