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유골 논란' 피랍 일본 여성 남편은 납북 한국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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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국 정부는 당사자들의 인권 문제와 정보의 불확실성을 들어 일단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북한을 자극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요코다에 관한 진실게임은 북.일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있는 최대 현안이어서 한국 정부가 끼어들기에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작정 거부할 경우 국제공조를 통한 납치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란 인상을 줄 수 있어 한국으로선 껄끄러운 상황이다.

북한 당국의 발표로는 요코다는 13세 때인 1977년 납북돼 86년 김씨와 결혼해 딸 혜경을 낳았고, 94년 자살한 것으로 돼 있다. 김씨는 지난해 "요코다의 무덤에서 파낸 것"이라며 일본에 유골을 건네줬지만 일본은 이를 가짜라고 감정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북한의 설명에 깊은 불신감을 갖고 김씨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요구했다. 그러나 북한은 "김씨가 특수기관 소속이어서 사진 촬영이나 유전자 검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해 왔다. 일본은 또 김혜경이 일본 대표와의 면담에서 "어릴 때부터 할머니.할아버지 등 친척을 만난 적이 없다"고 진술한 점에 대해서도 의혹을 갖고 있다. 김씨가 북한 사람이라면 친척이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한국 정부에 이런 요청을 한 것은 지난달 일본 방송의 보도 때문이다. TV아사히는 복수의 북.일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고위 관계자가 김철준은 납북된 한국인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 이후 한국인 납북자 가족 모임은 여러 정황을 바탕으로 77년 홍도에서 납북된 이모.최모씨 등 네댓 명 중 한 사람일 것이란 추정까지 내놓았다. 이들의 부모와 김혜경의 유전자 정보를 대조해 보면 '김철준=한국인'여부를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이 일본 측 기대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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