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와 이승만대통령(111)프란체스카여사 비망록 33년만에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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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월13일 치열한 전투로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는 지평리에서 외인부대 출신의 훌륭한 지휘관을 가진 프랑스군과 유명한 미군기동대의 정예부대들이 총출동되어 적과고전을 하고 있다고 신국방장관이 보고해 왔다.
그는 중공군의 인원은 아군의 3배가 님지만 아군이 훨씬 더 잘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부둥켜안고 눈물>
시중에서 나날이 금값과 은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신문보도가 있었다. 금값의 하락은 우리편이 전쟁에 이기고 있다는 희망적인 조짐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동안 남하의 소식이 묘연하여 대통령이 여기 저기수소문하며 애타게 찾고 있던 고종사촌형 한사건씨가 찾아 왔는데 대통령은 너무나 반가와 한참동안 서로 눈물만 흘렸다.
한옹은 1·4후퇴 때 인천에서 부산으로 남하할 기회를 놓쳤기 때문에 몇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고 구사일생으로 살아 남아 국군에 의해 간신히 구출되어 우리관저를 찾아 온 것이었다.
대통령은 이분을 위해 특별히 우리 침실로 저녁상을 차려오도록 하여 직접 약주를 대접했다.
나는 두분의 저녁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렸으나 대통령은 밤이 깊도록 저녁상을 올릴 줄 모르고 한 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정이 넘자 나는 몹시 피로하였다. 마침내 대통령은 밥상을 물리고 밤이 늦었으니 자기와 사촌형이 함께 잘수 있도록 잠자리를 마련하라고 하였다. 너무도 다정한 두 노인의 서로헤어지고 싶지 않은 심정을 잘 알았지만 나는 김장흥씨와 경호관들이 차를 대기시켜 놓고 그분의 손자사위와 함께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한사건씨는 자기 손자사위의 집으로 가서 쉬기로 하고 다음 날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돌아갔다.
손님이 돌아가고 난 다음 대통령은 몹시 서운해 하며 자기의 사촌형이 우리집에서 묵고 갈 수 있도록 안주인으로서의 친절을 보이지 않았다고 나를 심히 나무랐다.

<구호품 속속도착>
그래서 나는 다음날의 중요한 일정과 대통령의 건강을 생각해서 실은 그분이 더 빨리 돌아가 주기를 마음속으로 원했다고 대통령에게 솔직이 말했다.
2윌14일
주방의 양학준노인이 6백원하던 대중음식점의 밥한상이 최근에 7백원으로 올랐다고 우리에게 말해 주었다.
양성봉 지사가 와서 버마에서 보내온 쌀2천7백가마와 폭탄 8천3백가마가 마산항에 입하되어 곧 쌀값이 내릴 것이라고 물가고를 걱정하는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국제연합은 한국의 피난민구호대책으로 회원 각국의 기부금과 구호품을 모아 한국으로 보내고 있다.
이 계획에 의하면 목표액 2억5천만달러중 2억2천만달러를 이미 38개국이 기부하기로 됐는데 그중 1억6천만달러가 미국이 내기로 약속한 액수다.
우리를 돕고 있는 우방의 회원국중에는 이미 약속한 액수에 해당하는 생활필수품과 양곡및 의약품을 보내온 나라도 있다.
부산시동희 연합회장과 기독교단체의 대표 김치선씨가 매월 25일엔 6·25를 기억하여 모든 것을 절제하는 국난극복일로 정해줄 것을 대통령에게 제의해 왔다.
대통령은 국난극복일 실시에 관해 다음과 같은 요지의 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다.
『얼마전 부산시의 여러지도자들이 국난극복일 실시에 대한 제의를 해왔지만 전세가 불리할 때엔 오히려 그러한 발표로 인하여 위기의식과 공포감이 가중될 우려가 있어 미루어 왔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세가 호전되어 우리의 승리가 확실해졌다.
부산시동회 연합회와 기독교단체의 합동요청으로 이제는 우리정부가 국난극복일을 제정하여 실시코자 하니 우리 모두 국민정신을 발휘하여 이날을 지켜서 애국하며 아군의 승리에 박차를 가해주기 바라는 바다.
이에 국민은 자기성의껏 이 날을 지키되 누구나 자유의사로 할 것이며 명령이나 강제에 이끌려 하는 것은 결코 도리도 아니오, 본의도 아니므로 전국민이 자유로이 이 날을 생각해서 엄숙하게 공동으로 지켜주기를 원하는 바다.』 그들의 건의사항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첫째 당일에는 전국민이 술을 금하고 점심을 절식함.

<위기감 부를 우려>
종일 금식도 가함. 단, 군·경 및 노무자는 제외함. 둘째당일에는 음식점은 문을 닫을 것.세째 당일은 직장에서나 교회나 겉에서 특별집회를 개최하여 국난극복에 대한 새로운 각오와 기도의 행사를 행하는 것도 가하다.
지난 40년동안 일본총독부와 미군정은 우리국민들의 자유의사를 무시하고 늘 자기들의 정책을 강압적으로 시행하였다고 대통령은 말했다. 이번 국난극복일 실시에 있어서는 어디까지나 우리국민들이 이 나라의 주인답게 자기의 자유의사로 성의껏 지켜주기를 대통령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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