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북부 '전차 방호벽' 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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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경기 북부 지역 도심지의 전차 진입 저지용 구조물인 대전차 방호벽이 하나 둘씩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대전차 방호벽은 적 전차의 수도 진입 시간을 지연시켜 대처 시간을 번다는 전술상의 이유로 1970년대 들어 주요 도로 곳곳에 설치됐다.

하지만 그동안 도시 미관을 저해하고 교통체증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받아 왔다.

이에 따라 방호벽이 없어지면 주민 불편이 줄고 지역 이미지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역주민들은 기대한다.

서울 중랑구 망우동에 인접한 경기도 구리시 교문동 교문네거리 6번 국도(서울 망우동~남양주시)에 71년 설치된 대전차 방호벽이 34년 만에 철거된다. 구리시는 "모두 13억원을 들여 길이 30m, 폭 20m, 높이 8m 규모의 교문네거리 방호벽을 연말까지 철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경기 북부 지자체들이 대전차 방호벽을 철거하려는 움직임은 많았지만 실제 철거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시는 이에 앞서 5월 말 방호벽과 인근 군 관련 콘크리트 구조물을 철거키로 관할 군부대와 합의했으며 지난달 8일부터 철거작업을 벌이고 있다.

시는 방호벽을 없애는 대신 같은 자리에 대체 시설물을 설치한다. 17억원을 들여 지하구조물인 대전차구를 내년 8월 초까지 설치할 계획이다. 대전차구는 전차 이동을 막는다는 전술적 효과는 같지만 교통 방해나 도시 미관을 저해하지 않는다.

구리시 관계자는 "방호벽 철거는 지역주민의 오랜 숙원이 해결된다는 의미도 있지만 이를 계기로 남북 긴장 완화와 신뢰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정부시도 호원동 3번 국도(서울~동두천) 회룡역 앞 방호벽(길이 25m, 폭 18.3m, 높이 6m)을 철거하기로 군부대와 합의하고 26일 철거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또 양주시 경계 지역인 녹양동 방호벽과 장암동 지하철 7호선 차량기지 인근 방호벽 등 시내 방호벽 다섯 곳도 관할 군부대와 협의해 철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교통량이 적었던 시절의 도로계획에 맞춰 시공된 방호벽이 이제 주민들에게 큰 불편을 주고 있다"며 "군 작전에 지장을 주지 않는 만큼 불필요한 방호벽은 관할 군부대와 지속적 협의를 통해 철거, 다른 시설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부 주민은 "방호벽도 엄연히 남북 대치와 냉전의 유물인 만큼 일부는 역사 유물로 남겨두거나 문화 시설로 개조해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구리.의정부=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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