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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이완구 버티면 해임건의안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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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6일 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 카드를 공식적으로 꺼냈다. 그는 세월호 침몰 사고 1주기를 맞아 경기도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총리가) 계속 버티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해임건의안 제출을 우리 당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 총리에 대해선 스스로 거취를 결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대통령께도 사퇴하도록 조치해 달라고 역시 촉구했다”며 “총리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대통령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 당이 좀 더 강력한 결단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의 회동에서 “이 총리 거취를 해외 순방을 마치고 결정하겠다”고 밝히자 새정치연합은 “도피성 해외 출장을 앞둔 면피용 회동” “김 대표는 가감 없이 의견을 전달했다고 하는데 대통령은 성난 민심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김영록 수석대변인)고 비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기간(16~27일) 동안 이 총리 거취에 대한 ‘결정 공백기’가 생긴 만큼 새정치연합은 향후 여론 흐름을 주시하며 해임건의안 제출시기를 저울질한다는 계획이다. 이 총리에 대한 여론이 더 악화된다면 4·29 재·보선 전에 해임건의안을 밀어붙일 수도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정치적 효과와 가결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임건의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내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표결돼야 한다. 표결이 무산되면 폐기된다.

 표결이 성사되려면 표결을 위한 국회 본회의 일정에 여야가 합의해야 하고, 설사 표결까지 이뤄지더라도 가결에 대한 전망은 당내에서 엇갈린다. 현재 재적 의원 수는 294명.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되니 최소한 148명이 본회의에 출석해야 한다.

 문 대표의 측근은 “야당 의원이 134명이어서 새누리당에서 14명만 표결에 참여하면 된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사퇴론이 높으니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반면 익명을 요청한 중진 의원은 “여당에서 강력하게 표 단속에 나설 테니 실제로는 쉽지 않은 시나리오”라고 했다.

 여권의 특검 카드에 대해선 거리를 두고 있다.

 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대한변호사협회장과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장 등이 특검을 추천하도록 한 현행 상설특검법으로는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으니 특검을 하려면 새로운 특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곧바로 특검을 실시하기보다는 ‘검찰 수사 이후 미진하면 특검을 도입한다’는 입장에 가깝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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