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플레이 볼!
금년 프로야구가 개막되었다. 격투와 열광과 폭소, 통쾌. 올 시즌 경기는 무려 3백회나 된다.
우리나라는 지금 스포츠 열기시대다. 한 겨울에도 그랬었다.
스포츠의 미덕은 최선의 정신이다. 휘청거리던 복싱선수가 최후의 일격을 가해 오히려 위기를 극복할 때의 그 장쾌한 장면, 기대 밖의 농구팀이 언제 기량을 쌓았는지 독수리처럼 날아 스코어롤 올리는 장면, 넓은 초원을 종횡무진으로 질주하는 축구선수들.
순간 순간, 상상만해도 후련하고 정신이 맑아진다.
동점, 마지막 공격에서 주군는 만루, 풀 카운트의 순간, 관중들의 심정은 피처나 배터의 그것과 다를바 없다. 그 다음에 벌어지는 광경은 정신분석학자들이 말하는 카타르시스의 작용도 할 것 같다.
「프로이트」같은 심리학자는 『억압된 정신적 외상을 언어, 행위, 정동으로 외부에 배출함으로써 병증을 벗어나게 하는 요법』을 그렇게 불렀다. 일종의 최면술이다.
오늘의 사람들이 즐겨 스포츠에 몰두하고, 열광하는 것도 내심 자기도 모르는 카타르시스의 쾌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스포츠가 스포츠다울 때의 얘기다. 세련된 기량으로서의 스포츠는 더 말할나위도 없지만, 기량을 구사하는 매너며 페어 플레이도 그지 없이 아름답다. 승부에 이르는 과정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때때로 운동장 일각에서 벌어지는 선수들의 더티 플레이는 미덕과는 거리가 멀다. 그것처럼 반스포츠적인 것은 없다. 관중들의 정신건강에도 마이너스다.
프로의 세계는 자칫 승부만 있고 과정은 무시되는 경우가 있다.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미국의 「레이건」대통령은 영화 속에서 프로야구의 투수역을 했던 일이 있었다. 지난해 「나까소네」일본수상이 백악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그 대의 극적인 장면이 화제가 되었다.
노 아웃, 풀 베이스의 상황에서 감독이 『어떻게 하지?』하고 물었다. 「레이건」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답한 것이 두고 두고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있던「나까소네」수상은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노아웃, 풀 베이스」에서 등판한 「쇼트 릴리프」에 비유했다. 역시 일구일구에 심혈을 쏟지 않을 수 없다는 심정을 토로한 것이다.
올 프로야구는 명시합을 많이 보여주길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