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길라잡이] '잘나가던' 과거 집착 말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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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대기업에서 재무이사를 지냈던 K씨. 그는 지난해 봄 명예퇴직을 한 후 지금까지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 재취업하기 위해 무척 노력했지만, 맘에 딱 맞는 회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K씨는 장기간의 구직활동을 하다 보니 이제는 심신이 많이 지쳤다고 심경을 털어놓았다.

40~50대 중장년층들의 재취업을 상담하다 보면, K씨처럼 퇴직 후 1년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례를 자주 접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업의 임원급으로 정력적인 활동을 펼쳤던 40~50대들이 회사 밖에 나와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매우 안타깝다.

그러나 더 이상 '잘나가던' 과거만 떠올리며 고개를 떨어뜨린 채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다.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능력이나 생산성에 비해 고임금을 줘야 하는 40~50대 직장인들이 고용주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토로한다. 중장년층들은 냉정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젊은이들보다 더욱 철저히 재취업을 준비해야 한다.

우선 자신의 시장가치를 냉정한 잣대로 파악해야 한다. 이것이 곧 노동시장에서 '몸값'이라고 일컬어지는 연봉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기존 연공서열제에서 높은 임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생산성과 무관하게 높은 임금을 기대한다면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쉽다. 또 자신이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성과 부분을 객관적으로 측정해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경쟁력이 생긴다. 그동안의 인간관계를 통해 '잠재적 수요'를 발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40대 이상 재취업자의 취업 경로는 대부분 외부에 공개된 '오픈 잡'보다는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젊은이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을 만한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라면 과감히 눈높이를 낮추거나 창업을 시도하는 등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는 게 낫다.

김기태 커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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