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포트, 브랜드 '편집'했더니 놀랄 매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지난해 9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문을 연 화장품 매장 ‘벨포트’는 여러 면에서 특이하다. 일단 규모. 3개층에 500㎡ 크기로 화장품 매장으로는 초대형이다. 판매하는 화장품 브랜드도 100여 개나 된다. 한 매장에서 한 브랜드 화장품만 판매하는 여느 매장과는 다른 전략이다. 미국의 유명 색조 브랜드 ‘카고’, 헝가리 스파 화장품 ‘오모로비짜’ 등 해외 직접 구매 화장품으로 인기있던 브랜드를 여기서 만날 수 있다. 제품은 좋지만 판로가 마땅치 않았던 국내 중소기업의 화장품도 판매한다. 벨포트가 ‘한국의 세포라(세계 1위 화장품 편집숍)’라는 별칭을 얻은 것도 이 때문이다.

 민영훈(58·사진) 벨포트 대표는 자신감에 차 있다. 민 대표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의 화장품 유통을 통해 소비자와 브랜드 양쪽 모두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드숍(페이스샵·미샤처럼 단일 브랜드 제품만 파는 매장)을 바탕으로 급성장한 국내 화장품 시장이 새 유통 구조를 통해 또 한번 진화할 단계”라고도 했다. 현재 벨포트는 매달 2배 이상 성장하며 서울·부산·대구·청주 등지에 14개 매장을 냈다. 회사 설립 2년차인 올해에만 7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한다.

 그런데 벨포트는 화장품 제조나 유통 경험이 전혀 없는 신생 업체다. 민 대표는 태평양그룹(현 아모레퍼시픽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동방기획의 사장을 지낸 마케팅 전문가다. 2000년부터 마케팅 컨설팅 전문기업 ‘플랜즈어헤드’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15년 넘게 마케팅 컨설팅을 하면서 새로운 화장품 유통 채널의 필요성에 눈 떴다”며 “이스라엘·폴란드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 규모는 작지만 훌륭한 화장품이 많고, 가격대도 다양한데 한국 소비자에겐 선택할 기회 자체가 별로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축적된 마케팅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든 정교한 사업 계획서 덕분에 투자회사의 지원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해외 유명 화장품 브랜드의 수입권을 따는 일은 쉽지 않았다. “경험도 없고, 매장도 없으니 신뢰가 안갔겠지요. 전화번호부처럼 두꺼운 시장분석보고서와 정직한 접근으로 차례차례 공략했습니다.”

 국내 첫 소개되는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김남주·이승기·김우빈·에일리와 영화 ‘트랜스포머’의 여주인공 메간 폭스 같은 ‘빅 모델’을 기용한 것도 해외 파트너의 마음을 샀다. 벨포트는 또 홈쇼핑 전용 브랜드, 오프라인 매장 전용 브랜드 등 유통 채널을 철저하게 분리해 고객 충성도를 높였다. 모두 치밀한 시장 분석을 바탕으로 한 전략이다.

 마케팅 전문가의 화장품 유통 실험은 계속될 예정이다. 올해 안에 기존에 없던 형태의 가맹(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다음달에는 홍콩 법인을 설립하고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와 벨포트가 아시아 판권을 갖고 있는 해외 브랜드 등으로 구성해 해외 사업도 본격적으로 전개한다.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