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고속도 선로변경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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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남 무안 국제공항 건설에 발맞춰 공사중인 광주∼무안 고속도로 구간 일부의 선로 변경으로 광주시 광산구 평동 일대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평동 일대 영천·용동·기곡·용곡·동산마을 등 5개 마을 6백70가구 1천7백명 주민들은 광주∼무안 고속도로 피해 대책위(위원장 신흥수)를 구성, 도로공사에 환경·소음 피해대책을 요구했다.

광주∼무안 고속도로는 41.6㎞에 걸쳐 왕복 4차로로 8천34억원을 들여 2007년 완공예정이다. 지난해 말 도로구역 결정 고시를 거쳐 현재 용지 매수를 위한 보상가 산정이 진행 중이다.

이 고속도로 노선은 기본설계 당시(2000년) 광주시 농업기술센터를 관통하도록 돼 있었으나 농업기술센터측이 거세게 반발하자 실시설계 과정에서 북쪽으로 30∼40m 올라가는 것으로 결정됐다.

주민들은 마을 안쪽으로 도로가 더 들어오도록 변경되는 과정에서 주민 공청회 등을 거치지 않고 농업기술센터측 입장만 반영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따라서 노선을 농업기술센터쪽으로 환원하거나 50여가구 주민들을 이주시켜 달라는 주장이다.

기곡마을 이장 노두남(60)씨는 “도로 선형 변경으로 마을 3가구가 이주해야 하는 데다 마을 중심과 30여m밖에 떨어지지 않아 소음으로 생활이 어렵고 농사짓기에도 불편하게 됐다”며 “힘없는 주민들만 무시당한 것 같아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기곡마을에서 동쪽으로 1㎞쯤 떨어진 용동마을 60가구 주민들도 이 도로가 복룡산을 통과하도록 예정돼 있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마을의 정기(精氣)를 훼손할 뿐 아니라 보기에 흉하다는 것.

주민들은 복룡산 구간을 터널로 시공해줄 것과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농로 확대·방음벽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마을 앞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개설되면서 주민 생활에 엄청난 변화가 예상되는데도 도로공사측은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공사만 강행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성의있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주민들이 실력으로 막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 호남건설사업소측은 “광주시와 일부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추가 보상비 등을 감안해 선로 변경이 이뤄졌다”며 “주민들의 반발이 심할 경우 광주시 광산구 구간의 공사만 지연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무안공항은 2004년까지 공사를 끝내고 2005년 상반기에 개항 예정으로 전남도는 광주∼무안 고속도로 개통시기를 1년 정도 앞당겨 줄 것을 건교부 등에 요청한 상태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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