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의 조건|사장은 만능이어야…현재 실력들은 평균 60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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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우리경제와 선진국경제와의 차이는 경마에 비유한다면 「코한치」정도입니다. 이정도라면 대수롭지 않은것으로 느낄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현실에 안주하다보면 영원히 그차이를 줄이지 못합니다. 이차이를 줄이는것은 기업을 이끌어 나가는 사장의 책임입니다. 사장의 분발이 그어느때보다 더 요청되고 있는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우리 기업사는 매우 짧습니다. 사장학을 터득한 사장도 적습니다. 현재의 사장에겐 「코한치의 벽」이 너무 두껍지 않습니까.
『그렇게도 볼수있습니다. 딱잘라 평가하란다면 우리사장들의 점수는 평균 60점정도밖에 못주겠습니다.
(이대로 보도되면 많은 사장들이 날 성토할지도 모르겠다면서 처음으로 심각한 표정이다.)
그벽을 단시일안에 뛰어넘어서라해도 아직은 다소 무리일지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장들은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사장학을 터득하는데는 지름길이 없습니다. 사장의 조건이 어떤것인지 그 근본부터 되새기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길뿐입니다.
사장이란 전장에서의 야전군사령관과 같습니다. 군사령관이 무능하면 수많은 병졸의 생명을 희생시킵니다. 마찬가지로 사장이 무능하면 주주는 물론 많은 종업원에게 피해를 줍니다.
이는 곧 국가에 죄를 짓는것과도 같은 것이지요. 사장은 마땅히 지휘관으로서의 자질을 갖추어야 합니다. 유능한 지휘관은 지·용·덕을 모두 겸비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판단을 할수있는 지식, 그 판단을 실천할수 있는 결단력(용기)이 있어야지요. 과감한 판단력과 용기있는 결단력, 여기에 통솔력이 첨가돼야 비로소 「나는 유능한 사장」이란 소리를 해도 손색이 없다고 봅니다. 한마디로 사장은 만능이어야합니다.』
-이같은 기준에서 코오롱그룹내 사장들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평균점수보다는 후하게 주고 싶어요.
무엇보다 사명감과 애사심이 뛰어납니다. 지·용·덕을 모두 갖추지 못한다면 아무래도 덕은 있어야 합니다.
덕장은 애사심, 사명감이 특히 뛰어납니다. 그래서 사장을 뽑을때 내가 가장 중시하는것은 그 사람의 사명감과 애사심여부입니다.
이 두가지는 한회사에서 오랫동안 잔뼈가 굵었다거나 회사창설때부터 고락을 함께한 사람에게 많겠지요.
코오롱그룹의 사장들이 외부발탁보다는 사내출신이 많은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회장 취미범위가 국내기업가중에서는 가장 폭이 넓은편이라는 평가입니다만(골프핸디 l2, 바둑 3급, 둥산·낚시수준급. 수석회회원이면서 요즘은 수채화를 즐기고 있다). 『사장업은 매우 고독한 것입니다. 자칫 인정이 메말라 버리는 우를 범하기도 합니다. 메마른 사람이 어떻게 통솔을 합니까. 취미는 곧 인간의 향기입니다. 취미가 없는 사람은 사장의 조건에서도 결격입니다.
그러나 취미는 취미에서 끝나야지 본업은 어디까지나 기업경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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