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맺힌한…빨리 풀리길…"|한·중공 이산가족들 재회의 기대 부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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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과 중공에 흩어져있는 이산가족들의 상호방문 등 교류가 허용될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연고자들은 40여년간 막혔던 사연을 혜아리며 벅찬 감격을 억누르지 못한채 『한-중공 양국간에 자유로운 방문으로 뼈를 깎는 이산의 아픔을 풀수 있다니 이이상의 기쁨이 어디 있겠느냐』며 한-중공 이산가족재회의 실현이 하루속히 이뤄지기를 바라고있다.
○…지난달28일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중공방문을 신청한 김신옥할머니(63·대구시수성구범어3동2017)는 『지금 당장이라도 중공에 사는 오라버니와 남동생을 만날것 같아 잠을 이룰수 없다』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재회의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만주에서 태어난 김할머니는 중국에 망명중이던 아버지 김병준씨(독립협회자금책)의 2남1녀중 둘째로 현재 오빠 창순씨(67)와 남동생 창국씨(61)가 중공흑강성밀산현흑태공사광신대대에서 중류이상의 생활을 하고있다.
김할머니는 45년9월 8·15해방과 더불어 남편을 따라 먼저 귀국한뒤 49년4월 중공의 가족들과 한차례 편지왕래가 있었으나 6·25동란으로 소식이 끊겼다가 지난80년8월 KBS사회교육방송을 통해 다시 소식이 이루어졌던 것.
김할머니는 오빠 창정씨가 노환에 시달리고 있다는 편지를 1개윌전에 받았다며 『오라버니가 별세하시기전에 재회의 기쁨을 맛볼수있다면…』하며 말을 잇지못했다.
○…7살때 부모와 헤어진 김영경씨(52·부산시용호2동553)는 『혈육을 모두 중공에 둔채 가슴찢는듯한 이산의 아픔때문에 45년동안 하루도 마음편한 날이 없었다』며 중공 흑룡강성상지현에 살고있는 어머니 양옥이씨(75)와 동생들을 만날 기쁨에 부풀어있다.
지난39년 김씨 부모는 김씨와 여동생(사망)을 데리고 고향인 대구를 떠나 만주로 갔으나 김씨만은 한국에서 공부를 계속 시켜야한다며 대구할머니에게 보냈고 이것이 생이별의 길이 되고만것.
부모가 세상을 떠났을지도 모른다는 실의에 빠졌던 김씨에게 지난79년12윌 뜻밖에도 중공의 어머니로부터 아버지는 65년 별세했고 김씨의 남동생 영태씨(43)와 여동생 4명이 중공에서 공무원 등 직장인으로 모두 잘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었다.
지금까지 어머니와 동생들로부터 받은 편지만도 2백여통에 이르고 어머니의 육성이 담긴 녹음테이프도 10개나 된다.
○…대구시동구신천3동109의2에 있는 중·소이산가족회(회장 이두훈·47)에 따르면 최근 중공에 거주하는 동포들로부터 받는 우편물은 월평균 1백여통. 이곳에 발송되는 국내 연고자들의 우편물은 50∼60여통에 이르고 있다.
10년전인 74년9월 중·소이산가족회가 발족된 이후 그동안 고국의 가족들을 찾는 우편물을 통해 재중공동포8천여명의 명단을 입수했으나 이가운데 국내연고자가 확인된 것은 1천3백65가구뿐.
올들어서만도 2백40통의 국내연고자를 찾는 우편물이 접수됐으나 모두 옛주소로 돼있어 안타까운 사연을 전달하지 못한채 중·소이산가족회에 묵혀있는 실정이다. <대구=이용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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